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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인]'두번째 경산행' 김동엽과 허삼영 감독의 이례적 침묵, 그리고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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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김동엽의 두번째 2군행.

또 한번 찾아온 작별의 시간, 허삼영 감독은 평소와 달랐다. 입을 꾹 다물었다.

이례적이다. 그간 허 감독은 퓨처스리그로 짐을 싸는 모든 선수들에게 개별 미션을 부여했다.

메시지는 복잡하지 않았다. 선수 한명 당 하나씩의 과제. 가장 시급한 한가지 변화에 집중해 돌아오라는 당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2일 창원 NC전이 우천 취소되기 앞서 짐을 싼 김동엽에게 허 감독은 그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허 감독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는 미션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지금 하는 모든 이야기가 자칫 과도한 종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기술 보다 생각 정리가 우선인 것 같다. '무얼 준비해서 돌아오라'가 아니고, 그냥 '다시 준비해서 오라'고 전했다. 지금 기술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타석에서 쫓기다 보니 자신만의 S존 구분이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정을 설명하는 허 감독의 표정도 살짝 무거웠다.



김동엽은 최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최근 3경기 15타석에서 14타수1안타(0.071). 안타는 21일 창원 NC전 마지막 타석에서 원종현을 상대로 나왔다. 그 전까지 당한 삼진은 6개였다.

허삼영 감독은 단지 숫자 만을 본 건 아니다. 그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쫓기다 보니 타구의 질 등 타석에서의 과정까지 나빠졌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전환이 필요한 시점. 결단을 내렸다.

기술적 부족함이 아닌 정신적 조바심을 떨치고 편안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 허 감독이 김동엽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거포의 조바심.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삼성 이적 첫해 부진했던 김동엽은 절치부심 독한 마음으로 두번째 시즌을 준비했다.

가을 마무리 훈련 부터 열정적으로 준비 했다.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문제점을 발견했고 집중 노력으로 수정했다. 방향성이 새로 설정됐다. 레그킥과 스퀘어 스탠스를 정립했다. 감도 좋았고, 성과도 발견했다.

좋은 감각이 스프링 캠프로 이어졌다. 서서히 자신의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워낙 성실한 선수. 스스로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할 만큼 준비 시간은 충실했다.

하지만 긴 시즌은 한결 같을 수 없었다. 시즌 중 때때로 파도 치듯 찾아오는 흔들림. 기술적 부족은 아니었다. 보다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조바심이었다.

삼진을 피하기 위한 컨택트 위주의 스윙은 김동엽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트레이드 마크이자 강점인 홈런포가 실종되면서 상대 투수에게 주는 위압감이 희미해졌다. 상대 배터리의 적극적인 승부가 이어졌고, 유인구에 속는 일이 잦아졌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그의 마지막 6호 홈런은 10게임 전이었던 지난 4일 LG전이었다.

김동엽의 성공을 확신하는 허삼영 감독은 침묵 속에 성찰의 시간을 부여했다.

기술 보다 마음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퓨처스리그에서 또 한번의 시간이 삼성 타자 중 으뜸 파워를 보유한 거포에게 과연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허삼영 감독도, 팬들도 다시 돌아올 '킹동엽'을 기다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