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타고난 야구 천재. 올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에게 딱 어울리는 수식어다. 장타를 장착하더니 이제는 팀의 새로운 4번 타자로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있다.
이정후의 성장 속도는 놀랍다. 2017년 첫해 가볍게 신인왕을 차지하더니 매 시즌 커리어하이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도 개인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12홈런으로 종전 한 시즌 최다 홈런(6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게다가 최근에는 4번 타자 역할을 맡더니 63타점을 기록. 이 부문 공동 3위까지 올라섰다. 타율 3위(0.363), 안타 3위(106개), 타점 3위에 OPS(출루율+장타율)는 1.034로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1.206)에 이어 2위다.
그동안 주로 1번과 3번 타자를 맡았던 이정후는 4번 타자까지 섭렵했다. 올 시즌 박병호의 부진이 길어지자 최근 키움은 '4번 이정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시 4번'으로 나섰던 데뷔전부터 화려했다. 이정후는 지난달 8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데뷔 후 처음 4번 타자로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팀이 4-6으로 뒤진 7회말 무사 1,2루에서 극적인 우월 역전 3점 홈런을 날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7월 25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부터는 아예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최근 3경기 연속 3안타를 때려냈고, 4경기 연속 타점을 쓸어 담았다. 무엇보다 7월 31일~8월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득점권 7타석에서 6타수 6안타(2루타 3개) 9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얻어낸 볼넷은 삼성의 고의4구였다. 그 정도로 4번 이정후의 존재감은 빛이 났다.
손 혁 키움 감독도 '4번 이정후'에 대만족이다. 그는 "3번 타순에서 워낙 좋았었다. 서건창이나 이정후는 타순에 영향을 많이 안 받는 스타일이라 괜찮다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타순을 옮겼다가 안 좋으면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 보니까 정후가 해결사 역할을 완벽히 해줘서 좋다. 에디슨 러셀 덕분에 김하성 이정후가 다 같이 좋아졌다"며 흡족해 했다.
타순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이정후가 4번 타자로 나서면서 타선이 전체적으로 폭발했다. 이정후는 "4번에 배치된다고 해서 내가 홈런을 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4번째 타자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서고 있다. 타순 부담은 없다"면서 "상황에 맞게 내 역할을 해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라고 했다.
2번 김하성-3번 러셀-4번 이정후로 이어지는 타선은 리그 최강으로 꼽힌다. 이정후는 "하성 선배와 러셀이 앞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뒤에 출전하고 있는 박동원과 박병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뒤에 박동원 선배, 박병호 선배도 계신다. 앞, 뒤에 좋은 타자들이 많아서 도움이 된다"면서 "내가 프로에 와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박병호 선배가 계신 덕분이다. 많은 걸 배웠다. 좋은 선배들이 있어 내가 성장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정후는 4번 타자로 순항하면서도 그동안 굳게 4번 자리를 지켰던 선배 박병호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대구=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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