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러셀 발 태풍'에 KT 선발 데스파이네가 휘말릴 뻔 했다.
러셀을 처음 만나는 KT 이강철 감독은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데스파이네와 로하스 등 KT 외국인 선수에게 미칠 부정적 효과를 살짝 우려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함께 뛰었던 훌리오 프랑코 코치(롯데)의 국내 진출 당시를 언급하며 "용병들은 센 선수가 오면 서로 의식을 많이 한다. 특히 빅리그 경력이 셀수록 이구동성으로 '저런 선수가 여기 왜 왔냐, 나는 끝났다'고 미리들 얘기하곤 하더라. 심지어 우즈(두산)까지 그런 말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확실한 경력자에 대해 우러러보는 마인드가 한국 선수보다 더 강하다.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 간 서열 의식도 확실하다. 아무래도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살짝 기가 죽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투-타 대결에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자존심 문제가 퍼포먼스에 미치는 여파도 무시할 없다.
이 감독은 이날 선발 데스파이네의 과도한 승부욕을 걱정했다.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도 자존심이 세고, 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강한 직구만 던질까봐 걱정된다. 두산 페르난데스한테도 하나 맞고 나서 155㎞ 직구를 던지더라"며 웃었다.
실제 1회말 2사 후 첫 타석에서 러셀을 만난 데스파이네는 실제 앞에 1,2번을 상대할 때와 달랐다.
줄곧 패스트볼만 던졌다. 극단적인 코너워크도 의식했다. 몸쪽으로 바짝 붙이다 볼이 뒤로 크게 빠지는 등 제구가 살짝 흔들렸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일하게 브레이킹 볼을 던졌지만 그마저 원바운드가 되면서 러셀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러셀과의 힘겨운 첫 승부 후 허탈해진 데스파이네가 살짝 흔들렸다. 연속 안타로 첫 실점을 했다. 이정후가 내야 시프트를 뚫고 중전안타를 날려면서 2사 1,3루. 허정협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빅리그 스타 출신 러셀 발 간접효과. 자칫 데스파이네가 희생양이 될 뻔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데스파이네는 스스로 강박에서 벗어났다.
3회말 러셀과의 두번째 만남에서는 강한 패스트볼에 대한 고집을 버렸다.
변화구를 활용해 2구 만에 땅볼을 유도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다시 만난 러셀에게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령한 뒤 가볍게 뜬공을 유도했다.
힘 대 힘 대결의 자존심 싸움을 버린 결과. 데스파이네의 영리한 마인드 컨트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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