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3년만에 한국인 선발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같은날 올랐다. 류현진(토론토)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같은날, 다른 구장에서 다른 팀을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비록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한국인 선발 투수가 같은날 메이저리그 무대에 등판한 것은 2007년 4월 16일 이후 13년만의 일이다. 당시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이었던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등판해 3이닝 5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고,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 서재응은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7이닝 4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했던 게 마지막이다. 이후 13년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 2명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같은날 출격했다.
류현진은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시즌 2승을 수확했다. 앞선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 중이던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 저하와 제구 난조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날 6이닝 4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류현진은 팀이 7대2로 승리해 시즌 2승까지 수확했다. 패스트볼 구속은 크게 향상하지 않았지만, 포심의 구위가 앞선 등판보다 훨씬 좋았다는 평가다. 포심과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류현진은 무4사구로 깔끔한 투구를 이어갔다.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이 높아 2개의 병살타로 위기를 넘긴 것도 하이라이트였다. 팀의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김광현도 빅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선방했다. 김광현은 같은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잡은 선발 데뷔전이라 더욱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세인트루이스 입단 이후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던 김광현은 마무리로 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 팀내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갑작스럽게 김광현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 이후 팀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경기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김광현의 데뷔전도 자연스럽게 연기됐다.
그리고 이날 컵스를 상대한 김광현은 경기용 모자가 아닌 연습용 모자를 쓰고 나왔다가 모자를 교체하고, 로진백을 마운드에 두고 내려왔다가 다시 찾으러 가는 등 한껏 긴장된 '루키' 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투구 내용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3⅔이닝동안 3안타(1홈런) 3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던 김광현은 4회 선두타자 이언 햅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2아웃까지 잡고 존 갠트와 교체됐다. 투구수 57개. 선발 데뷔전인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다음 등판을 기대할 수 있는 첫 등판을 잘 마쳤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등판한 경기에서 소속팀도 모두 승리를 거뒀다. 토론토는 7대2로 완승을 챙겼고,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이 등판한 더블헤더 1차전에서 3대1로 이긴 후 2차전에서 4대5로 석패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