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좀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날의 연속이다.
꼴찌 반등을 넘어 가을야구행을 꿈꾸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가 더디다. 5강 마지노선인 KT 위즈와의 승차가 5경기로 벌어진 지 어느 덧 한 달째를 향하고 있지만, 간격을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즌 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롯데의 5강 도전은 결국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은 점점 커지고 있다. 허문회 감독이 승부처에서의 총력전을 강조한 이른바 '8치올', 'D-데이' 역시 공허한 울림이 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허 감독은 초심을 떠올렸다. 허 감독은 지난 12~13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의 연패를 떠올린 뒤 "경기를 마친 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며 "돌아보니 승리에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초심이 흐트러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취임 당시 장기적인 시즌 플랜보다는 매 경기에 집중해 결과를 쌓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미리 짜둔 게임 플랜대로 승부를 풀어가다 보면 승리와 순위 상승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30경기-60경기-90경기 등 이른 바 일정 수에 따른 변화를 시사했고, 8월을 반등 시점으로 꼽은 이른바 '8치올'도 꺼내 들었다. 최근에는 5강 경쟁팀인 KT와 KIA를 겨냥한 총력전인 'D-데이'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롯데는 6월 12일 이후 세 달 넘게 5위를 밑돌고 있다.
롯데의 대반격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40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유례 없이 승차가 촘촘한 현 상황에서 연승 흐름만 타면 언제든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후반기 중반 이후 롯데가 대반격을 이뤘던 2017시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허 감독이 당초 구상했던 D-데이 시점을 수정해 총력전 체제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시즌 막판 5~10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5위 싸움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5위) KT와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매 경기 총력전으로 치른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남은 40경기 모두 총력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할을 했음에도 가을야구에 가지 못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아쉽다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은 없다"며 "선수들이 꾸준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팬들이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더 올라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롯데는 15일 키움에 승리를 거두면서 KT와의 승차를 4경기차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허 감독은 선발 투수 노경은이 흔들리자, 3⅓이닝 만에 교체하는 '퀵후크'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끝까지 리드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초심을 다잡고 승리를 만든 허 감독과 롯데의 눈은 다시 가을야구를 향하고 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