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기막힌 운명이다.
1년 전이었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마지막 라운드. 당시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에 승점 3점 앞서 있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우승 트로피 역시 울산종합운동장을 향했다. 울산의 마지막 상대는 '동해안더비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
모두가 울산의 14년만의 우승을 예상하던 그때, 포항은 운명을 바꿨다. 울산 골망을 4번이나 흔들며, 1대4 충격적인 패배를 안겼다. 김도훈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같은 시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북이 강원FC를 1대0으로 꺾었다. 전북(72골)과 울산(71골)은 승점 79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1골 앞서며 전북이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1년만에 포항이 또 다시 같은 운명에 놓였다. 지난 시즌 못지 않은 우승경쟁이 펼쳐지는 올 시즌, 이번에도 킹메이커는 포항이다. 울산과 전북이 승점 51로 어깨를 나란히하던 24라운드, 포항이 물줄기를 바꿨다. 2일 울산은 상주 상무를 4대1로 격파하며 승점 54 고지를 밟았다. 하루 뒤인 3일, 포항이 갈길 바쁜 전북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송민규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다.
1년 전, 아픔을 안겼던 포항이 이번에는 울산에 희망을 줬다. 포항이 전북을 잡으며, 울산과 전북의 승점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울산(51골)이 다득점에서 전북(39골)에 12골이나 앞서있는만큼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만들었다. 25일 예정된 맞대결에서 전북이 또 다시 울산을 잡아도, 울산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맞대결 경기를 제외하고, 울산은 남은 2경기에서 전북과 최소 같은 승점을 거둬야 한다. 가장 큰 고비는 18일 펼쳐지는 25라운드다. 운명의 장난처럼, 이번에도 포항이다. 울산은 포항까지 넘기면 15년만의 우승에 성큼 다가선다. 울산은 올 시즌 포항을 3번 만나 모두 이겼다. 지난 FA컵 준결승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웃었다. 하지만 포항은 묘한 팀이다. 포항은 3일 전북전 이전까지 두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이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었음에도 포항은 팀득점 1위, 그리고 동해안더비 승리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울산 입장에서 굉장히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김기동 감독의 포항은 이번에는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까. 현대가의 운명은 포항에 달려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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