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7헛스윙과 3파울, 그리고 4번의 삼진.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지난 4일 잠실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벌인 타격 기록이다. 4차례 타석에 들어간 라모스는 총 16개의 공을 보면서 헛스윙 7회, 파울 3회, 루킹 스트라이크 2회, 볼 4회를 각각 마크했다. 결과는 4타석 모두 헛스윙 삼진.
4번 타자의 침묵에 LG 타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0대4로 완패했다. 늦가을 포스트시즌 라모스의 현주소다. 지난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3타수 무안타에 볼넷과 사구를 각 1개씩 올렸던 라모스는 포스트시즌 2경기서 9타석 7타수 무안타 5삼진을 기록 중이다. 형편없는 선구안과 성급한 승부로 일관하는 타자를 4번 타순에 넣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일 수밖에 없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를 패한 뒤 "플레센 볼이 좋더라. 못 친 것도 있지만 상대가 잘 던졌다"며 라모스를 옹호했다. 류 감독의 평가대로 이날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은 올시즌 최고의 구위를 과시했다. 6이닝 동안 최고 155㎞에 이르는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삼진 11개를 빼앗으며 4안타 무실점으로 LG 타자들을 요리했다. 플렉센에 3삼진을 당한 라모스는 9회초 1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도 이영하의 148㎞ 높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서 한 경기에 삼진 4번을 당한 건 라모스가 15번째다.
라모스는 정규시즌 막판 발목 부상을 입어 한 달 가까이 재활에 매진한 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부상 이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타격 패턴을 보였다. 9월 1일부터 마지막 출전 경기였던 10월 6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26경기에서 타율 2할1푼2리를 기록했고, 마지막 6경기에서는 20타수 1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시즌 초반 폭발적인 장타력과 안정된 선구안을 자랑하던 라모스는 경기를 치를수록 힘을 잃는 모습이었다. 5월부터 월간 타율 추이를 보면 '0.375→0.284→0.270→0.270→0.226→0.000'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 부진이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라모스에 대한 믿음을 끊임없이 나타내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친 뒤에는 "오늘 안타는 없었지만, 히팅포인트가 굉장히 좋았다. 앞으로 게임에서 기대가 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당시 키움전에서 라모스는 1회 좌측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데 이어 6회에도 중견수 쪽으로 잘 맞힌 타구를 치기도 했다.
라모스는 올시즌 38홈런을 때리며 LG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시즌 초반 결정적인 홈런을 숱하게 터뜨리며 최고의 용병 타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권을 빼앗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 위용은 시즌 후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올시즌 136번의 삼진을 당한 라모스는 타석 당 삼진 비율이 0.275로 전체 타자중 가장 높았다. 한 번 타석에 들어가면 27.5%의 확률로 삼진을 당했다는 의미다.
파워풀한 스윙이 매력적인 홈런타자를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는 하나, 약점 많은 타자를 마냥 써도 되는 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