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보통 선수들의 경우 부상이 아닌 이상 1군에서 말소돼 퓨처스(2군)로 내려가게 되면 부진하다는 얘기다.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줄곧 정상급 선수들을 지도하던 1군 코칭스태프로 지내다 유망주들이 대거 몰려있는 퓨처스 팀을 지도한다는 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가 지난 4일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했다. 초점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구축에 맞춰졌다. 퓨처스 선수단의 감독제를 폐지하고, 총괄코치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현역은퇴를 선언한 뒤 일본과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꽃범호' 이범호를 총괄코치에 임명했다. 그리고 1군과 퓨처스 선수단 사이의 선수 정보, 감독 지시 등을 조율하는 퓨처스 코디네이터(앤서니 르루 투수코치)를 신설했다.
KIA는 또 다른 곳에 놀랄만한 변화를 줬다. 2018년부터 1군 투수코치를 역임하다 지난해부터 메인 투수코치를 맡은 서재응 코치를 퓨처스 투수코치로 임명했다. 서 코치의 자리는 KT 위즈 투수코치를 역임한 정명원 코치로 메웠다.
사실 서 코치가 퓨처스 팀으로 내려갈 이유는 없었다. 그 동안 토종 투수진을 발전시킨 혁혁한 공이 있었다. 지난 시즌부터 하준영 전상현 박준표 문경찬 등 확실한 필승조를 만들었고, 올 시즌 홍상삼의 부활, 신인 정해영의 특급 성장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세밀한 지도로 투수파트의 큰 형님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인재였다. 2군으로 내려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서 코치는 구단의 빅 피처에 공감, 퓨처스행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조계현 KIA 단장은 "서 코치를 퓨처스로 보낸 건 절대 좌천성 인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맷 윌리엄스 감독과 상의했고, 정말 깊이 고민했다. 헌데 퓨처스 투수파트를 맡아줄 적임자가 보이지 않더라. 구단이 본격적으로 육성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 1군과 2군 투수들의 기량과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는 서 코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서 코치도 구단의 큰 그림을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퓨처스 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달았다. 1군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2군에서 끌어올려 공백을 메울 즉시전력감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김규성 최정용 등 미국 스프링캠프를 함께 소화했던 자원들을 백업으로 활용했을 뿐 주전으로 기용했던 선수들은 트레이드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헌데 잦은 트레이드는 양면성이 존재하기 마련. 전력은 즉시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기존 선수들이 느끼는 불안감, 무력감, 좌절감으로 오히려 팀 조직력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조 단장은 "트레이드와 FA 등 외부영입으로 볼 수 있는 효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잘 갖춰진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통해 팀 뎁스를 다지는 것이 궁극적으로 KIA는 물론 KBO리그에 소속된 팀들이 그려나갈 그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코치는 사실 1군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의 손에 구단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기훈 정해영 김현수 이의리 박건우 등 유망주들이 잘 성장해줘야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상위권을 꾸준하게 지키는 팀들을 보면 대형 유망주가 있다거나 잘 육성된 유망주가 대체를 잘해주고 있다. 주전과 백업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건 유망주 육성이라 판단했다. 서 코치가 이 부분을 실현시켜줘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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