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볼인줄 알았는데 그 공이 마지막에 솟아 오르면서 스트라이크가 되는 거예요."
최근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을 상대한 타팀 타자 A는 이렇게 말했다. A는 "커브는 각도가 너무 좋아서 맞춰서 치더라도 타구가 뻗질 않더라. 직구는 너무 낮게 들어오길래 '당연히 볼이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공끝이 살아서 솟아 오르더니 스트라이크가 되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다른 선수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때 플렉센의 투구를 분석하기 위해 상대팀인 LG 트윈스와 KT 위즈, NC 다이노스 전력분석팀이 잠실구장에서 면밀히 그의 투구를 관찰했다. 전력분석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날만큼 플렉센의 최근 컨디션과 구위가 대단히 빼어나다.
LG전에서 플렉센은 직구 최고 구속이 무려 155㎞에 달했다. 총 106구 중 스트라이크가 71개였고, 초반 삼진이 많아 카운트를 길게 가져가면서 이닝당 투구수는 많은 편이었다. LG전에서는 직구(68개)를 많이 던졌다. 직구 자체가 가진 힘이 대단했다. LG 타자들이 힘과 힘이 맞붙는 직구 대결에서도 배트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플렉센과 박세혁 배터리는 빠른 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KT전에서는 고척돔 구장의 특성에 따라 맞춰 잡는데 초점을 맞췄다. 스트라이크존에 통과하는 구질로 빠르게 카운트를 잡았다. 덤으로 11개의 탈삼진이 따라왔지만, 이날 플렉센이 던진 거의 대부분의 공이 스트라이크였다. 일부 유인구와 존에서 살짝 빠져나간 몇개를 제외하고는 던지는 족족 존 안에서 놀았다. 4일 휴식 때문인지 맞춰 잡기에 집중해서인지 직구 최고 구속은 152㎞로 준플레이오프때보다 약간 덜 나왔지만, 이번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거의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를 커브보다 더 많이 던져 KT 타자들을 압도했다.
플렉센을 상대해본 타자들의 말대로, 지금은 컨디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알아도 못 칠 만큼 그의 공에 힘이 붙어있다. 김태형 감독도 플렉센에 대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시즌 도중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휴식을 취한 덕분(?)에 어깨는 되려 쌩쌩하다. 이제 20대 중반에 불과한 젊은 나이도 장점이다.
이제 두산이 희망이 될 수 있는 요소는 앞으로 플렉센을 몇번 더 활용할 수 있느냐다. 최소 4일의 휴식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5차전 혹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될 경우 다시 1차전에 플렉센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4선승제인 한국시리즈는 최소 2번 이상 1선발을 기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두산에게 남아있는 경기가 몇이나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플렉센이 선봉에 서야 가능하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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