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979년 9월 14일, 한국 대표팀 공격수 박성화는 수중전으로 치러진 바레인과 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상대 진영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때마침 후방에서 날아온 공을 받아 강력한 슈팅으로 바레인의 골망을 갈랐다. 득점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초였다.
박성화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던 '20초'. 이 한국 A매치 최단시간 득점 기록은 대략 41년이 지나서야 2위로 밀려났다. 17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친선경기에서 황희찬이 터뜨린 골이 '16초'로 인정받으면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곧바로 '황희찬이 한국 대표팀 역대 최단시간 골 주인공'이라고 발표했다.
16초 득점 과정은 간결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공격수 손흥민(28·토트넘)과 황의조(28·보르도)가 상대 우측 지점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당황한 카타르 선수들은 자기 진영 깊숙한 지점까지 일단 후퇴했다.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부알렘 쿠키가 발바닥으로 공을 컨트롤 하는 과정에서 미스를 범했다. 바로 앞까지 쫓아왔던 황의조가 이를 낚아채 문전 앞 노마크 상황에 놓여있던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황희찬이 빈 골문을 향해 침착하게 득점했다.
황희찬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더 큰 무대인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다. 새로운 팀 라이프치히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꿨으나, 주전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대표팀에서 기운을 얻어가길 바랐던 황희찬은 15일 멕시코전에선 후반 교체투입해 침묵했다. 하지만 선발기회를 잡은 카타르전에선 16초만에 행운이 찾아왔다.
자신감을 찾은 황희찬은 이후 두 번 연속 넛멕(알까기)을 시도하는 등 과감한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세밀함이 다소 떨어졌지만,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저돌성은 돋보였다. 제임무를 마치고 후반 30분 엄원상(광주)과 교체돼 나갔다. 오스트리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황희찬은 A매치 데뷔골을 선물한 바로 그 카타르를 상대로 득점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라이프치히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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