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선호(35)는 지금, 가장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2009년 연극 '뉴보잉보잉'에 뛰어든 지 11년, 2020년은 김선호 연기 인생에 최고의 한해가 됐다. 지난해 12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1박 2일 시즌4'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박혜련 극본, 오충환 연출)을 통해 한지평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안방 시청자들에게 단체 서브병을 선사했다. 연극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왔던 김선호는 KBS2 '김과장'(2017)으로 드라마 출연을 시작, MBC '미치겠다, 너땜에!'(2018), tvN '백일의 낭군님'(2018),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019), tvN '유령을 잡아라'(2019)를 거치며 드라마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키웠다.
'스타트업'은 확실히 김선호에겐 '행운'.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김선호는 SH벤처캐피탈 수석 팀장인 한지평 역을 맡아 서달미(배수지)를 향한 짝사랑은 물론,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켜줬던 최원덕(김해숙)과의 서사까지 손에 쥐며 시청자들의 '인생 서브남'으로 기억됐다.
시청률은 4~5%대,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화제성만큼은 하늘을 찔렀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송출된 것은 물론, 아시아 전지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온라인동영상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FilxPatrol에 따르면 글로벌 넷플릭스 TV 드라마의 세계 순위 점수에서 '스타트업'이 한국 드라마 중 최고 점수를 경신했으며 32개국 톱10에 랭크됐다.
김선호는 최근 심해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서면을 통해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 임했다. 평소 박혜련 작가와 오충환 감독의 팬이었다는 김선호는 '스타트업' 대본의 매력에 푹 빠져 출연을 결심했다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된 행운에 이어 한지평이라는 인생 캐릭터까지 손에 쥐며 김선호는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김선호는 '스타트업'을 마치며 "함께한 사람들이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행복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며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한지평이란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극중 인물이던 한지평은 김선호를 만나 100%로 완성되며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김선호는 한지평과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해 "50% 정도"라고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김선호는 한지평 그 자체였던 바. 높은 인기까지 거머쥐며 '스타트업'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김선호는 "한지평이란 인물이 지닌 성격과 서사, 태도 등이 너무 좋아서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김선호가 연기한 한지평은 극중 참 어른이자 참 멘토로 불리던 인물이다. 20대의 불안정한 청춘들이 잘못된 길로 가려고 할 때마다 따끔한 직언과 현실적인 조언으로 '스타트업'을 이끌었다. 김선호는 한지평에 대해 "솔직한 사람이다. 조금은 남들보다 늦는 거 같기도 하지만, 솔직함에 대해서는 배우고 싶다. 지평이 달미에게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되게 쿨하고 멋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게 잘 안 되네요.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 한심한 짓을 오래 할 거 같아요'라고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는 신이 있었는데, 용기가 필요한 얘기였고, 참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짝사랑하게 되다면, 이렇게 얘기해보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고 했다.
어른스러운 면모 덕분에 한지평의 매력은 무궁무진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남도산(남주혁)이 없는 3년간 서달미에게 단 한 번도 고백해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김선호는 한지평에 대해 "한지평은 미숙한 사람이다. 모두가 성장하는 드라마고, 지평이는 성공한 인생을 살지만 성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사랑받는 방법도 모르는 거 같다. 그러다 보니 한지평도 작품 안에서 내적으로 성장했다. 한지평이란 인물이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점을 생각해보면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배우가 아닌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한지평을 대할 때 속상한 지점이었다. 달미에게도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놨다면 어땠을까 싶은 지점도 있다. 3년간 고백하지 않은 점. 제가 실제 한지평이었다면, 한 번쯤 고백은 했을 거 같다. 제대로 고백해보고 그래도 안됐다면 마음을 정리하고 포기할 거 같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김선호에게도 공감을 준 작품이다. 그런 그에게도 깨지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성장한 20대가 있었기 때문. 김선호는 "누구에게나 서툴지만 열정적인 20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경험은 부족한데, 열정은 가득해서 어떤 일이든 부딪혀 보고 싶었다. 앞으로 뭘 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었는데, 연기는 꼭 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맨몸으로 부딪혔던 것 같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불행보다는 늘 소소한 행복이 하나씩 찾아왔던 것 같다. 물론 좌절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오히려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잠시 멈춰서 제가 원하는 연기 방향은 무엇인기 고민하고, 생각하고, 다시 목표를 잡고, 도전했더니 기회가 찾아왔다. 제가 겪었던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좌절이 기회로 변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좌절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그렇게 '스타트업'은 김선호에게 인생작이 됐다. 연극 '클로저'로 첫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고, '미치겠다 너땜에!'가 역주행하며 지금의 김선호를 있게도 했다. 김선호는 "'스타트업'을 통해 '김선호'라는 이름 석자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많은 분들께서 알아준 작품"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는 바로 김선호다. 식품부터 건강관련 식품까지 다양한 광고를 찍으며 인기를 실감 중. 김선호는 "좋은 작품과 좋은 프로그램을 만난 덕분에 제가 요즘 TV에서 조금 더 자주 인사드리게 되고, 시청자분들께서 저를 접하실 기회가 많아지다보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다. 여느 때처럼 일상을 살아가느라 엄청난 실감이 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길을 다닐 때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지셔서 어색하면서도 좋고, 감사하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면, SNS 팔로워가 엄청 많이 늘어난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최근에 광고를 찍게된 것도 믿기지 않았다. '나라는 배우가 광고도 찍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건 다 좋은 작품과 프로그램을 만나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이 인터뷰 자리를 빌려서 진짜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선호는 차기작으로 연극 '얼음'을 택했다. 또한 일찌감치 내년 방영 예정 드라마 tvN '링크'의 대본도 받아둔 상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