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역대 최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고 12월 극장가를 채울 기대작이 하나둘 백기를 들면서 충무로는 스산함을 넘어 섬뜩한 위기를 맞았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을 기록하던 극장가는 이제 연일 최저 기록을 경신, 코로나 한파에 동사하기 직전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일까지 집계된 올해 극장에 개봉한 한국 영화는 733편, 외화는 1061편으로, 이들 영화가 끌어모은 올해 총 관객 수는 5846만196명이다.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지난해 극장은 한국 영화 697편, 외화 1246편이 개봉해 총 관객수 2억2667만8777명을 모았다. 올해 극장가는 지난해 수준에 비교했을 때 28% 수준에 그친 상황. 그리고 통합전산망이 처음 구축돼 공식 집계가 이뤄지지 못한 2004년 총 관객수 6925만4626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수준이다. 전산망 가동 이전 집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극장 관객수는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9년(5470만명)부터 2000년(6460만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나마 12월 블록버스터들의 개봉으로 관객수 상승에 기대를 모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의 폭발적인 3차 대유행으로 쉽지 않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째 700명 선에 근접하고 또 이런 확산세를 막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 연말까지 3주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이로 인해 영화관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하게 됐고 이전 시간에는 좌석간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등 여러 제약이 따르게 됐다.
결국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었던 국내외 신작들이 코로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12월 개봉을 포기하면서 악순환이 더해졌다. 12월 기대작으로 꼽혔던 액션 판타지 SF 영화 '서복'(이용주 감독, STUDIO101·CJ엔터테인먼트 제작),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최국희 감독, 더 램프 제작)가 오랜 고심 끝에 내년으로 개봉을 연기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전 세대 관객층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피트 닥터·캠프 파워스 감독)마저 12월 라인업에서 빠졌다. '소울'은 오는 25일 디즈니 자체 OTT 플랫폼인 디즈니+(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데 디즈니+가 서비스되지 않은 한국은 극장 개봉마저 연기되면서 여러모로 관객의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극장가 존폐 위기 속 남은 12월 기대작은 10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조제'(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와 23일 개봉하는 액션 영화 '원더 우먼 1984'(패티 젠킨스 감독), 30일 개봉을 앞둔 로맨스 영화 '새해전야'(홍지영 감독, 수필름 제작)뿐이다.
'조제'의 경우 투자·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한국 영화 투자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힘든 시기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을 강행해야만 하는 속사정이 있고 '새해전야'도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사이에 벌어지는 스토리 라인 때문에 시기적으로 12월 개봉을 포기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개봉하지만 관객에게 시원하게 개봉이라 말할 수 없는 홍길동의 처지가 됐다. '원더 우먼 1984' 역시 지난해 11월, 그해 12월, 올해 6월, 10월 등 4번의 개봉 연기를 이어가 더이상 미룰 수 처지다. '원더 우먼 1984'의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가 자사 OTT 플랫폼인 HBO맥스에서 2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해 더는 '원더 우먼 1984'를 후퇴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3편의 12월 기대작에도 역대 최저 관객수 기록을 지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는 증가하고 있고 나아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그나마 어렵게 개봉을 준비한 신작들은 스크린에 간판을 걸어보지도 못한 채 물러서야 하고 극장은 문을 걸어 잠고 폐쇄해야 한다. 지긋지긋한 코로나 한파가 2020년 연말까지 괴롭히는 가운데, 극장이 존폐 위기의 시름을 앓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