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태리(28)가 배우인생 첫 악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태리는 지난 1998년 이민호라는 본명으로 아역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정배 역을 맡아 미달이 의찬이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인기를 모았고 아역배우 활동을 이어가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연기는 꾸준히 했다. SBS '옥탑방 왕세자'(2012)에서는 주연 중 한 명인 송만보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고, 활동명을 이민호에서 이태리로 바뀐 후에는 JTBC '뷰티인사이드'(2018) 등을 통해 활약했다. 이후 OCN '보이스3'(2019),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등에서도 연기 활동을 하며 새로운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르고 착한 역할로 '잘 자란 아역' 이미지를 지켰던 이태리는 최근 종영한 tvN '구미호뎐'(한우리 극본, 강신효 연출)로 완전히 달라진 이미지를 선사했다. 악역인 이무기로 분한 이태리는 극중 이연(이동욱)과 남지아(조보아)를 끊임없이 방해하는 강도 높은 악역으로 안방에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태리는 서면을 통해 스포츠조선과 '구미호뎐' 종영 인터뷰에 임했다. 이태리는 '구미호뎐'을 마치며 "'구미호뎐'은 저에게 선물 같은 드라마였다. 굉장히 설레고 특별했고,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촬영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고, 배우로서 쉽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덕분에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남겼다.
'뷰티인사이드'부터 '어쩌다 발견한 하루', '구미호뎐'까지 각각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온 이태리는 이무기를 연기하며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이태리는 "저는 항상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변신을 통해 시청자 분들께 반전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악역이라는 점에 있어서 저의 색다른 모습과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다. 물론, 악역으로서 시청자 분들께 많은 원성을 사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악한 모습을 표현해 긴장되는 대립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걱정도 많았을 것. 이태리는 "저는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거 같다. 감독님들께 제 얼굴에 선과 악이 다 있는 거 같다는 말씀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악역도 예전부터 굉장히 도전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는데, 강신효 감곡님께서 믿어주신 덕분에 이렇게 첫 악역에 도전할 수 있었다. 새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인 거 같다. 그게 배우의 매력인 거 같기도 하다. 앞으로 안 해봤던 모든 캐릭터들을 한 번씩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그렇기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무기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 캐릭터. 여기에 묘한 섹시함을 겸비해야 했기에 이태리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태리는 "이무기는 눈에 엄청난 힘을 주고 카리스마 있게 덤비는 악역의 모습보다는 굉장히 여유롭고 차분한 듯 말투와 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살벌한 느낌과, 눈빛에 중요성을 뒀다. 그래서 그 특유의 눈빛과 표정, 말투로 현실적인 사람이 아닌 미묘한 괴물 같은 느낌이 들기를 바랐다. 그래서 시청자 분들께서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
이어 이태리는 "이무기는 정말 오래 잠들어 있다가 깨어났고, 책으로만 세상을 배운 아이이고, 자신이 악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숨겨버리는 인물이기 문에 그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합쳐져 이상하고, 뭔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왜인지 섬뜩한 느낌이 들기를 바라고 준비했다. 제가 처음으로 맡게 된 악역이었는데, 쉽지 않은 캐릭터여서 많이 힘들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많은 관심과 응원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체중감량과 외면의 변화도 도움이 됐다. 이태리는 "날카롭고 센 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운동과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을 하며 외형적으로 변화도 줬다"며 시청자들을 위한 노력을 언급했다.
이태리가 '구미호뎐'에 적응할 수 있던 것은 배우들과의 호흡 덕분. 이태리는 "이무기에 몰입한 나머지 촬영 현장에서 항상 긴장과 부담을 안고 있던 저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과 조언을 해주시며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 주신 덕분에 끝까지 좋은 호흡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고,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행복했고 저에게 큰 선물이었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