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영화 최초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긴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 충격을 안겼다. 향년 59세.
김기덕필름 측 관계자는 11일 오후 스포츠조선을 통해 "외신의 보도대로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사망했다. 가족들은 물론 국내 스태프 역시 방금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의 가족들은 러시아에 있는 김기덕 감독의 지인들로부터 부음 소식을 접한 상태다"며 "가족들도 너무 놀라 경황이 없다. 아직 장례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을 정리한 후 추후에 결정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라트비아 매체 델피는 러시아 아트독페스트 영화제 예술감독인 비탈리 만스키의 말을 인용해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던 김기덕 감독이 이날 현지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20일부터 라트비아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라트비아의 유르말라에서 집을 매입하고 거주 허가를 받았음에도 이달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계획된 일정과 약속에도 김기덕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그의 행적을 찾기 위해 병원 등을 수색하던 과정에서 현지의 한 병원에 김기덕 감독이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비보가 국내까지 전해지게 됐다.
김기덕 감독의 사망 보도가 이어지자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외신의 보도를 공식 확인한 입장을 밝혔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키르기스스탄의 평론가 굴바라 톨로무쇼 바로부터 카자흐스탄에서 라트비아로 이주해서 활동하던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환갑일인 12월 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며 "발트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11일)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김기덕 감독은 1995년 영화 '악어'로 데뷔해 '야생동물 보호구역'(97) '파란대문'(98) '섬'(00) '실제상황'(00) '수취인불명'(01) '나쁜 남자'(02) '해안선'(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03) '사마리아'(04) '빈 집'(04) '활'(05) '시간'(06) '숨'(07) '비몽'(08) '아리랑'(11) '아멘'(11) '피에타'(12) '뫼비우스'(13) '일대일'(14) '스톱'(15) '그물'(16)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18) 등 한국 영화계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를 통해 2004년 열린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빈 집'으로 그해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아리랑'으로 2011년 열린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피에타'로 2012년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를 사로잡은 대표 감독으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한국 영화 감독 최초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김기덕 감독. 하지만 이런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 촬영 당시 중도 하차한 여배우A로부터 성추행, 폭행,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MBC 'PD수첩'을 통해 또 다른 여배우들 및 스태프들의 충격적인 성폭행 및 성추행 폭로가 이어져 대중의 공분을 샀다. 김기덕 감독은 'PD수첩' 방송 이후 성추문 논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조용히 연출 활동을 이어갔다. 국내 비난을 피해 러시아에서 신작 활동을 이어간 러시아의 높은 인지도 덕분에 지난해 열린 제41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이후 라트비아로 이주, 휴양도시 유르말라에 집을 구하고 영주권 준비에 나서는 등 이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타지에서 제2의 인생을 맞이하기도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김기덕 감독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 파란만장했던 삶을 뒤로하고 타지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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