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연출 최규식·극본 김정민)가 지난 11일 첫 선을 보였다.
황정민 윤아를 필두로 손병호 김원해 유선 박호산 이승준 백주희 등 믿고보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허쉬'는 방송 전부터 기대감을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기대만 못하다. 첫 방송에서 3.4%(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한 '허쉬'는 상승세를 타도 모자랄 판에 2회에는 2.6%로 0.8%p가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사실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일정도로 '허쉬'의 완성도가 떨어져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기대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2회만에 죽음을 맞이한 경수진의 연기조차 깔끔했다는 평이 많았다.
'1000만 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역시 나무랄데가 없었고 임윤아도 패기 있는 인턴기자의 모습을 활기차게 표현했다. '허쉬'는 또 기자이지만 평범한 직장인과 다름없는 신문사 매일한국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밥벌이' 때문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노린 것.
하지만 결정적으로 '허쉬'는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사건에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2회까지 '허쉬'에서 가장 중요한 모멘텀은 오수연(경수진)의 투신이다. 이는 한준혁(황정민)의 각성을 불러오는 중요한 사건이다.
오수연의 죽음을 절절하게는 표현했지만 정작 이유에 대해서 갸우뚱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수연은 모든 면에서 우수하지만 단지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턴에서 수습기자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죽음을 택했다. 우선 오수연이 수습기자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우연'이다. 옆방에서 나성원(손병호) 편집국장의 말을 우연히 듣는다.
또 최근 언론환경에서 볼때 신문사에서 지방대 출신이라고 수습기자 명단에서 빠진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습기자가 되지 못했다고 투신을 택했다는 것 역시 지나친 설정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언론사가 '매일한국' 한 곳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준혁이 근무하고 있는 디지털 뉴스부는 매일한국의 유배지로 불린다. 좌천된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사내정치 빵점의 2팀 팀장 정세준(김원해)과 '기레기'를 표방하는 한준혁이 이 팀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면보다 온라인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는 언론환경에서 디지털뉴스는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언론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디지털뉴스부가 언론사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준혁이 인턴들에게 기사 제목 교육을 할 때도 앞뒤가 맞지 않아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한준혁은 아이돌의 음악방송 관련 기사에 '아이돌 음주'라는 제목을 단 후 '아이돌 음악방송의 주인공'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언론사의 제목 짓기를 꼬집는 신이라고 해도 말이 안되는 상황에 작가가 언론사에 대한 취재를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까지 드는 장면이다.
그리고 '허쉬'에서 간과한 것 중 가장 큰 부분은 대중이 기자에게 요구하는 부분이다. 대중은 기자가 평범한 직장인이기보다는 진실을 보도하는 살아있는 양심이기를 원한다. '허쉬' 속 기자들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괴리가 생긴다. 그동안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들이 대부분 쓴맛을 봤던 이유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