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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정수빈 사가 종료' 4년+40억으론 부족했던 한화, '밀당' 카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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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정수빈 사가(saga)'가 종료됐다. 한화 이글스의 거듭된 설득에도 정수빈의 마음은 잠실을 떠나지 않았다.

한화의 스토브리그 시작은 과감했다. 이용규 안영명 송광민 등 베테랑들에게 이별을 통고했다. 이들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창단 첫 10위로 주저앉긴 했지만,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실패한 시즌이었다. 새롭게 발굴해낸 신예 선수들의 기량도 주목할만 했다. 외국인 선수와 FA 영입만 잘 이뤄진다면, 언제든 가을야구를 노릴 수 있는 리그가 KBO다. 카를로스 수베로 신임 감독을 위한 '선물'도 필요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당연히 선발투수다. 반면 타자의 경우 고민이 많았다. 이용규가 떠난 중견수 자리를 메우거나 최소 외야 한자리를 책임져줄 선수, 그리고 가벼워진 타선의 무게를 짊어질 거포가 필요했다. 애런 알테어(NC 다이노스) 같은 선수면 금상첨화였다.

한화는 브라이언 오그래디, 세스 브라운, 브랜든 딕슨 등과 접촉했지만, 이들의 눈은 한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만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파워'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 외국인 선수 첫해 연봉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라이온 힐리를 영입했다. 힐리의 포지션은 1,3 루 코너 내야와 지명타자다.

결과적으로 정수빈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어려워졌다. 협상할 카드는 4년 계약 및 충분한 보장 금액 뿐이었다. 다행히 원 소속팀 두산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경쟁자가 없었다. 하지만 한화 쪽의 간절함이 훨씬 컸다. 한화는 정수빈 측과의 두 차례 만남에서 4년 4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보상금과 20인 외 선수 유출을 고렷했을 때 한화가 산정한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올겨울 '두산발 FA'가 많았던 점이 한화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두산은 허경민을 붙잡았지만, 오재일과 최주환은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로 떠났다. 덕분에 정수빈과의 협상에 임할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 이는 계약 시기를 늦춘 정수빈 측이 원했던 바이기도 했다.

두산 측의 오퍼는 한화보다는 적지만, 정수빈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한 금액이었다. 잠실의 넓은 외야를 지키면서도 시즌 내내 부상 없이 잘 뛰어주는 정수빈의 존재감은 두산에게도 크다. 정수빈 본인으로서도 허경민 박건우 등 절친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데다, 계속되는 간판 선수의 FA 유출에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를 만큼 탄탄한 팀 전력에 신뢰를 가졌다.

결국 정수빈은 두산 잔류를 선택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도 잠실보다는 작지만, KBO리그에서 손꼽히게 넓은 외야를 지니고 있다. 한화가 정수빈을 원했던 이유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겨울을 맞이했다. 이젠 수베로 1군 감독, 최원호 2군 감독을 중심으로 한 육성시스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