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규영(29)에게 '스위트홈'은 터닝포인트이자 기회였다.
박규영은 2016년 웹드라마로 데뷔한 신예 배우. JTBC '솔로몬의 위증'(2016), SBS '수상한 파트너'(2017),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KBS2 '추리의 여왕'(2018), JTBC '제3의 매력'(2018),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 SBS '녹두꽃'(2019)에 이르기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7년차 정신병원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문강태(김수현)을 향한 짝사랑 연기를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말 공개된 넷플릭스 '스위트홈'(홍소리 김형민 극본, 이응복 연출)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공개 4일 만에 해외 13개국에서 1위, 70개국 이상에서 TOP10 순위에 들며 단숨에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박규영은 극중 슬픈 과거를 숨기고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을 매력적으로 드러낸 윤지수 역을 맡았다. 야구방망이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액션을 선보였으며 극중 정재헌으로 등장한 김남희와는 난리 속 만들어진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규영은 4일 오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조선과 만나 '스위트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는 '스위트홈', 그 중심에 있는 박규영을 향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박규영은 SNS 팔로워가 60만명에서 90만명으로 오를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중. 그는 "글로벌한 성과에 대해서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신기하다"며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의미에서 '스위트홈'은 그에게도 기회이자 터닝포인트다. 박규영은 "'스위트홈'을 촬영하고 이응복 감독님을 만나면서 제가 대본을 대하는 태도나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에서 많이 반성했고 많이 배웠다. 정말 터닝포인트다. 현장에서 가르침을 받는 게 많았고, 그리고 방송이 되고 나서도 많은 반응과 사랑을 주신 거 같아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다"고 밝혔다.
원작 웹툰의 애독자였던 박규영은 윤지수 캐릭터에 대한 매력 역시 잘 알고 있었다고. 그는 "당시 나왔던 회차를 다 정주행했고, 그냥 괴물이나 좀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이 되고, 괴물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웹툰 속 괴물의 모양이나 생김새가 다양했고, '진짜 무섭다'는 긴장감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웹툰이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지수라는 캐릭터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랬기에 '스위트홈' 속 윤지수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한 그였다. 박규영은 "윤지수는 베이시스트라 외적으로도 개성이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가장 포인트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안에서 여리고 아픈 감정을 가진 인물로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외적 개성이나 감정에 많은 신경을 썼다"며 "원작의 지수는 단발에 오렌지색 머리인데, 저는 커트에 전체 탈색으로 핑크색 머리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촬영 기간이 길어 두피가 힘들 것'이라고 하셔서 반만 탈색을 하고 핑크색으로 염색을 하는 등 저의 의견을 많이 냈다. 제가 생각한 지수의 정확한 그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액션도 베이스 연주도 처음이었다는 박규영은 그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베이스라는 악기를 다뤄본 적 없지만, 지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악기라 잘해내고 싶었다. 베이스 레슨을 3개월 정도 받았고, 야구를 해본 적 없었지만 지수의 주 무기라 야구방망이를 잘 다루고 싶었다. 그래서 스크린 야구장에 가서 공을 치는 연습도 많이 했고, 액션스쿨에서 많은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완성된 장면들은 박규영이 생각하는 가장 자신있는 장면. 대역이 없이 완곡까지 해내며 "자신있는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하기도.
입으로 하는 욕설이나 흡연 연기 등도 극중 윤지수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박규영은 "끄러움이나 민망함을 감정으로 표현할 때 욕설도 섞이면 캐릭터에 어울릴 거 같다고 해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민시랑 티키타카하는 장면이 많다. 은유도 하니까 그런 호흡을 맞추려고 같이 연습을 좀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흡연 연기에 대해서는 "(흡연은)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소품들이 지수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덤덤히 말했다.액션을 포함해 박규영은 극중 멜로 감정선까지 표현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극중 인물인 정재헌과의 마지막 고백과 이별 신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우린 것. 박규영은 "이렇게까지 로맨스 라인이 사랑을 많이 받을 줄 몰랐다. 현장에서 고민도 많았고, 관계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대화를 많이 했다. 뜨거운 반응이 있으니 기분이 좋다"며 "러브라인이라기 보다는, 상황적인 것들이 주는, 고립된 상황이 주는 감정이 크다고 생각한다. 재헌이와의 감정이라면 전우애와 애정의 딱 중간, 그 사이의 어디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백을 드라이하게 받지만, 거기서(마지막 고백)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 고백신은 박규영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그는 "재헌에게 고백을 받는 대사를 좋아한다. 9번에서 10번, 그 이상은 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명의 인연을 잃은 윤지수의 감정을 표현한 박규영은 "싱크로율이 꽤나 높은 편인 것 같다"며 "아픔이라기 보다는 내면적으로 많은 고민과 생각들, 여린 부분도 있지만 강해 보이고 싶고 털털해 보이고 싶다는 면에서 지수와 닮은 거 같다.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윤지수와 박규영이 욕망에 의한 괴물로 변한다면, 마음껏 울 수 있는 눈물 괴물이 될 것 같다고. 박규영은 "지수는 강한 척하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거 같다. 눈물을 많이 덮어놓을 거 같다. 남들 앞에서 마음 편하게 엉엉 울고 다니는 눈물 괴물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시즌2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는 상황에서 박규영은 더 강렬하게 싸우고 부딪히는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시즌1에서 지수가 꽤 강한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지수의 성격상 더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을 것 같다. 더 강하고, 생존 본능이 있고, 더 부딪히고 싸우는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스위트홈'의 인기에 힘입어 SNS 팔로워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박규영은 "SNS 팔로워가 90몇 만명까지 올랐다. 원래는 60몇 만명이었다. 18일 공개된 이후 정말 많이 늘었다. 팬분들의 메시지가 많이 와서 그걸 읽는 재미도 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은 '지수가 걸크러시한 매력이 있음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걱정이 있었는데 그렇게들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박규영의 연기 행보가 있을 터. 지난해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부터 '스위트홈'까지 연달아 사랑을 받았다. 그는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정말 솔직히 뿌듯하다. 너무 열심히 참여했던 두 작품이 너무 좋은 드라마나 오리지널 시리즈가 사랑도 받았고, 그 와중에 제 캐릭터도 좋아해준 분들이 많이 계셨고, 나아가서 저라는 사람을 알아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여기에 활동과 동시에 연세대학교를 졸업하며 뿌듯한 행보를 걸어온 그는 '뇌섹녀'라는 반응에 대해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반응을 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저 스스로는 활동하며 졸업한 것이 너무 행복하다. 이번 학기에 A+와 A0를 받았다. 감사드린다. 어찌보면 너무 좋은 반응들이니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2021년을 맞아 박규영은 "매년 목표를 세우거나 뭘 해야지 하는 부분은 없다. 매 순간 매해가 아니어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 이렇게 살면 한 해가 꽤나 뿌듯하게 마무리가 돼 있더라. 올해도 매 순간 순간,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표현하고, 열심히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매일매일이 모인 한 해가 됐음 한다"며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것들에서 더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규영은 tvN 새 드라마 '악마판사'에 합류한 상황. 지성, 박진영 등과 호흡을 맞춘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