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김향기(20)가 또 다시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 종료 청년이 생후 6개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여자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이'(김현탁 감독, 엠씨엠씨 제작). 극중 아영 역을 맡은 김향기가 4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014년 '우아한 거짓말'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8년 '신과함께-죄와 벌'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라선 배우 김향기. 2019년 '증인'에서 아스파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녀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을 위로했던 김향기가 다시 한번 따뜻한 힐링 무비 '아이'로 지친 관객의 마음을 촉촉히 적실 예정이다.
극중 김향기가 연기하는 아영은 보육원을 나와 자립을 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고 있는 보호종료아동.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고민하던 그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영채(류현경)과 그의 어린 아들을 만나게 된다.김향기는 최근 '증인'부터 '아이'까지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는 영화에 연달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누군가를,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연기를 맡는 것이 좋다고 팬분들도 말을 많이 해주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제가 작품을 택할 때는 어떤 의미 보다는 제가 재미있어하는 것, 제가 끌리는 부분이 있는 영화를 택한다.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소소한 재미들에 끌리는 편이다. 사실 저는 제가 봤을 때 재미있는 작품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사하게도 그런 작품이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택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향기는 극중 아영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말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대본이 금방 술술 잘 읽혔다. 아영이 하는 행동이나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 '왜지?'라는 의문이 전혀 들지 않고 공감이 돼 더욱 자연스럽게 읽혔다. 다 읽고 보니 '왜 이렇게 빨리 읽었지?' 스스로도 궁금하더라. 다시 되짚어보니까 아영이라는 캐릭터가 저 김향기와 닮았기 때문인 것 같더라"라며 "물론 아영이 놓인 외부적 요인, 상황적인 여건은 저와 매우 다르지만, 한 주체의 인간으로서는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본성,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선택하고 해내가려는 방식이 저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친구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기술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김향기는 "특정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다기 보다는 먹먹하게 영화를 보다가 혁이(극중 아기) 얼굴이 나올 때 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제가 찍은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감정이 많이 올라온 건 처음이었다. 저는 제가 영화를 보면서도 울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촬영을 끝마친지 오래되지 않아서 울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 특정 장면에서 터졌다기 보다는 보다가 눈물이 나오고 보다가 눈물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극중 캐릭터를 설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말 자체가 가진 의미를 이해하는 게 어떤 걸까 싶었다. 그 말 자체가 서술적인 말이라서, 받아들일 때도 서술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단 보호종료아동 보다는 아영으로서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영은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서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공백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아영은 자신이 가진 안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내재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말할 때 느낌이나 분위기에서 그런 내재된 부분들이 풍겨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아이'를 통해 어린 아기와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김향기는 '육아 간접 체험 소감'을 묻자 "혁이 역할을 해준 지안이, 지온이 쌍둥이가 너무 잘해줬다. 그래서 큰 어려움이 느낄 수 없었고 솔직히 육아할 때 어머니들이 느끼는 고충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편하게 촬영 할 수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도 늘 지안이 지온이 어머니 아버지가 계서서 케어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관찰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혁을 역을 맡은 쌍둥이들과 첫 만남에 대해 "지안이 지온이를 리딩 들어갈 때 처음 봤다. 그 때 처음 아기를 안았는데, 되게 떨렸다. 그래도 아이의 눈을 보고 있으니까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더라. 현장에서는 리딩 때 보다는 편안 마음으로 아이를 케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편하게 안거나 돌보는 기본적인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며 웃었다.
극중 남다른 케미를 보여줬던 류현경에 대해서는 "현경 언니가 가지고 계신 에너지가 긍정을 북돋아 준다.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에서 오는 피곤함은 전혀 없고 같이 활력이 넘치게 만들어주신다"며 "저는 캐릭터적으로도 그렇고 좀 다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언니가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셨다. 극중 영채와 아영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향기는 여성의 연대를 강조하는 여성 서사 영화로서의 '아이'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아이'는 여성으로서 다양한 인물들이 있는 영화다. 우리가 어떤 특성 여성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지게 될 수 있는데 있는데, 우리가 편견을 가진 이들일지라도, 그들은 각자의 삶 안에서 희밍을 가지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이어 "'아이'는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시선으로 봐라봐 달라'라고 호소하는 것 보다 일단 문제를 문제로서 인식하는 것이 우선적인 것 같다. 여성의 문제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이성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향기는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좋았고, 이런 작품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편협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시국에 개봉해 관객을 만나게 된 영화 '아이'. 김향기는 "이렇게 오랜만에 영화로 찾아뵙게 되서 긴장이 된다. '증인' 이후로 찾아뵙게 된 상황이 코로나로 인해 많이 변해 있어서 저도 어찌 이 상황을 받아드려야 할까, 얼마나 홍보를 해야 하나, 관객분들이 얼마나 봐주실까 의문이 많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파악도 되지 않고 궁금하다. 긴장감을 긴장보다는 궁금증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가 개봉하게 됐는데, 저에게는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 속에서도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영화라는 매개체로 만나 뵙게 되서 감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영화를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이 상황 속에서 따뜻한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대신 그만큼 늘 조심해야 하고, 제가 연기를 좋아하는 만큼 책임감과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아역배우로 시작해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아역'의 꼬리표에 발목잡히지 않고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김향기. 그는 아역에서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무엇보다 제가 연기하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하고 연기에 대해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제 오래된 친구들이 저를 배우나 연예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람 김향기'로 대해주고, 부모님은 저에게 '이렇게 저렇게 연기해'가 아니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주변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캐릭터들로부터 얻는 것들도 많다. 그런 것들이 제가 연기를 오래 해올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향기는 "그리고 사실 저는 작품을 택할 때 제가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는 건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라면, 어떤 캐릭터이든 따지는 편이 아니다. 스스로 '난 누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며 웃었다.
한편, '아이'는 단편영화 '동구 밖'으로 2018년 제35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김현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