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시작은 박선영 아나운서부터였다. 2007년 SBS 공채 15기로 입사한 박 아나운서는 지난해 2월 2일 퇴사했다. 이후 SBS의 간판급이라고 불리던 아나운서의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많은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꿈, 결혼,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FA를 선언해왔다. 하지만 최근 SBS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방송사에서 '얼굴'이라고 꼽히던 아나운서들이 대거 퇴사를 결정하며 보는 이들까지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박 아나운서는 입사 5개월만에 프라임타임 뉴스인 SBS 8뉴스 주말 앵커로 발탁될 만큼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2011년부터는 8뉴스의 평일 앵커를 맡으며 간판 아나운서로 발돋움했다. 2014년 앵커에서 물러난 후 해외연수를 다녀온 박 아나운서는 선거방송, 올림픽 중계방송 등 굵직한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궁금한 이야기 Y'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또 2015년부터는 SBS 파워FM(107.7㎒) '박선영의 씨네타운' DJ로 활약해왔지만 결국 프리랜서를 택했다.
'장폭스'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장예원 아나운서도 지난해 8월 퇴사를 결정했다. 2012년 SBS 공채 18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장 아나운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프리뷰쇼 진행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고 이후에도 스포츠뉴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신동엽과 함께 'TV동물농장' MC로 활약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파워FM '장예원의 오늘같은 밤' DJ로 활약했고 2017년부터 퇴사 전까지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다. '장폭스'라는 별명도 이때 탄생했다. 이후 박 아나운서 후임으로 '장예원의 씨네타운' DJ에 발탁됐지만 7개월만에 사직서를 냈다.
2018년 SBS 24기 공채로 입사한 김민형 아나운서 역시 지난해 11월 회사를 나왔다. 그는 박 아나운서처럼 입사 1년 만인 2019년 3월 정미선 아나운서의 후임으로 SBS 8뉴스 주말 앵커 자리를 꿰찼고, 각종 프로그램 MC를 맡으며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모 건설사 대표와 열애설이 터진 후 퇴사했고 이후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때문에 SBS 8뉴스 주말앵커 자리를 김 아나운서에게 넘겨줬던 정 아나운서는 김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궁금한 이야기 Y'를 대신 맡게 됐다.
배성재 아나운서의 퇴사 결정은 그 충격파가 꽤 컸다. 2006년 SBS 14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배 아나운서는 28일부로 퇴사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캐스터를 맡으며 화제를 모았던 배 아나운서는 축구 전문 캐스터로 활약했고 '배성재의 텐'이 배 아나운서의 진행실력으로 인해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떠오르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의 퇴사로 인해 대중이 얼굴을 아는 SBS 남자 아나운서는 박찬민 최기환 정도만 남게 됐다.
또 이같은 퇴사 행렬로 인해 여성 아나운서로는 주시은 아나운서가 '하드케리' 수준의 활약을 하게 됐다. 장 아나운서가 퇴사하고 박하선이 바통을 이어받기 전까지 2달간 임시 DJ를 맡았던 주 아나운서는 김 아나운서의 하차로 '8뉴스' 주말앵커와 '스포츠투나잇'도 맡고 있다.
이같이 간판급 아나운서가 줄이어 퇴사하면 방송사 입장에서 방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력을 외부에서 수급하는 방법 밖에 없다. 광고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을 치러야하는 외부 인력 활용이 그리 탐탁스럽지 않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SBS를 퇴사한 박 아나운서와 장 아나운서는 SM C&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SM C&C는 이들 외에도 KBS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 한석준 이혜성 등과도 함께 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이들에게 방송을 맡기기 위해서는 이제 높은 비용을 치르고 소속사와 계약해야한다. 섭외의 헤게모니가 서서히 방송사에서 기획사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