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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팔로-영준 없어도 위력적인 '기동타격대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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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포항 스틸러스의 겨울은 우울했다.

포항은 지난 시즌 짜임새 있는 공격축구를 앞세워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팀 근간이 흔들렸다. 지난 시즌 도합 45골을 만들어냈던 일류첸코(19골-6도움·전북 현대)-팔로세비치(14골-6도움·FC서울) 듀오가 팀을 떠났고, '주장'이자 '중원의 핵'이었던 최영준은 원소속팀인 전북으로 복귀했다. '원클럽맨'이자 '수비의 축'인 김광석마저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척추가 모두 빠져나갔다.

여러 팀들의 러브콜을 받던 송민규 강상우, 팔라시오스를 가까스로 지키고, 일류첸코-팔로세비치의 공백을 메울 타쉬치-크베시치 외국인듀오에 신진호 신광훈 임상협 등을 영입하며 겨우 구색을 마쳤다. 재계약을 맺으며 올해도 포항을 이끌게 된 김기동 감독은 "베스트11은 지난 시즌 못지 않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타쉬치와 크베시치가 비자문제로 아직까지 자가격리가 끝나지 않아 초반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 포항의 행보에는 기대만큼이나 물음표가 컸다.

하지만 포항은 포항이었다. 포항은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개막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27분 아길라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4분 신광훈의 동점골, 26분 송민규의 역전골을 앞세워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주목할 것은 경기력이었다. 지난 시즌 못지 않은 짜임새를 보였다. 역동성과 속도 면에서는 오히려 나은 부분도 있었다. 김기동 감독의 지략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지난 시즌에도 고비마다 다양한 전술 변화로 위기를 넘겼던 김 감독은 이번에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김 감독은 이날 4-3-3 카드를 꺼냈다. 송민규 이현일 팔라시오스 스리톱에, 이승모 신진호 오범석을 허리진에 포진시켰다. 포백은 강상우 하창래 권완규 신광훈이 이뤘다. 골문은 강현무가 지켰다. 전반,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반 인천의 안정된 경기력에 다소 고전했다. 선제골까지 내줬다.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현일을 빼고 임상협을 넣었다. 팔라시오스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오른쪽에 임상협이 자리했다. 이 변화로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어 오범석을 빼고 전민광을 오른쪽 풀백으로 넣고, 신광훈을 중앙으로 돌렸다. 이 선택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신광훈은 중앙에서 무리없는 전개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히 하고, 중거리슛으로 동점골까지 넣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팔라시오스를 제외하고 그랜트를 왼쪽 풀백 자리에 넣었다. 왼쪽 풀백으로 뛰던 강상우는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로톱에 포진한 강상우가 공격으로 나서자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결국 결승골 역시 강상우의 슈팅에서 나왔다. 이 슈팅은 골키퍼를 맞고 나왔고 송민규가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후반 막판 그랜트가 부상으로 빠지자, 김 감독은 '정통 공격수' 이현일을 전방에 넣고, 강상우를 다시 원위치인 왼쪽 풀백 자리로 옮겼다.

놀라운 것은 이 많은 변화 속에서도 전혀 조직적으로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경기 전까지 준비가 잘되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준비하면서 안좋은 모습이 많아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고 고백했다. 선수들은 바뀌었는데, 지난 시즌 틀에 맞추려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김 감독은 큰 틀은 유지한채,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바로 개막전 역전승이었다.

포항은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 타쉬치-크베시치가 팀에 녹아들고, 경기에 나서려면 최소 3월 말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합류하기 전, 포항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초반을 버틸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 김 감독도 경기 후 "우리는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타쉬치-크베시치가 들어오면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걱정 속에 출발했던 '기동타격대 시즌2'는 초반부터 조짐이 좋다.

포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