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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회장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에 태광그룹 또다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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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호진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태광그룹이 또다시 '오너리스크'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 전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흥국생명에 대한 의결권 축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이 전 회장과 조카들 간의 금융계열사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횡령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이 전 회장은 오는 10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 이 전 회장에 고려저축은행 주식 처분 명령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 주식 처분을 명령했고 이 전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주주 이 전 회장에게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횡령·조세 포탈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벌금형 이상 선고시 대주주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세 포탈 혐의의 경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이 확정됐다.

상호저축은행법 10조 6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대주주에게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대주주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에 상호저축은행 총 주식의 10%를 넘는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금융당국의 주식 처분 명령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법원에 냈고,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본안 소송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이 이 소송에서 패소해 금융당국의 명령대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10% 아래로 낮추면, 최대주주는 지분 23.2%를 소유한 조카 이원준씨(이 전 회장의 큰 형인 고(故) 이식진 전 태광그룹 부회장의 장남)가 된다. 다만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각각 20.2%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모두 이 전 회장이 최대주주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기소…흥국생명 등 지배구조에 영향 여부 '촉각'

이같은 이호진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흥국생명 등 또다른 금융계열사들로 연결될 '불씨'도 남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4일 이 전 회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약식기소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공정위가 2016∼2018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요청한 주주현황 자료 제출시 차명주식을 기업 동일인란에 기재하지 않고 대신 친족·임원·기타란 등에 넣었다. 이러한 허위자료 제출로 차명주식까지 포함할 경우 39%에 달하는 이 전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6%에 불과한 것으로 기재됐고, 태광그룹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제외됐다는 것.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상속 당시부터 해당 차명주식의 존재를 인식한 채 실질 소유하고 있었고, 차명주식의 소유·관리라는 악의적인 동기 하에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 관계자는 "차명 주식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 2019년 공정위에 자진신고한 사항"이라면서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2일 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보다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의 약식기소는 태광그룹의 반사회적 행위가 엄중함에도 봐주기 수사에 그친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무엇보다 검찰이 이번에 고발된 허위 자료 제출 건 뿐만 아니라 태광그룹의 차명주식 보유와 관련, 금융실명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등 범죄행위까지 철저하게 수사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검찰의 기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전 회장의 혐의가 '대주주 적격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 때문이다.

태광그룹 최대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은 보험사로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다. 이번에 기소된 혐의 중 '공정거래법 위반'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대주주 부적격 요건에 해당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흥국생명 지분 56.3%를 보유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의 의결권이 10% 이내로 제한된다.

이 경우, 조카 이원준씨(14.65%)가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여기에 원준씨의 동생인 동준·태준씨(각 3.68%) 보유 지분을 합치면 삼형제의 지분은 22.01%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태광그룹의 경영권 분쟁 재점화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고려저축은행과 흥국생명을 통해 흥국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간접지배하고 있는 만큼, 파급력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여러 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이어질 경우, 이 전 회장과 조카들 간 금융계열사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