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팬분들은 저를 싫어하셨죠."
두산의 신 거포 1루수 양석환(30).
그는 LG 시절 '두산 킬러'였다. 지난해까지 9개 팀 중 두산전에 가장 강했다.
2015년 부터 두산전 58경기 0.299의 타율에 12홈런, 34타점. OPS가 0.933에 달했다.
올 시즌 2대2 빅딜로 양석환을 영입한 두산은 확실한 오른손 거포를 얻고, 천적을 제거하는 이중효과를 본 셈.
눈에 가시 같던 양석환은 이제 두산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벤치과 팬들의 절대 지지 속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 경기(96경기)에 붙박이 5번타자로 출전하며 0.291의 타율과 23홈런, 69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 5일 삼성전에서는 리그 최고 토종투수 백정현을 상대로 연타석 투런홈런을 날렸다. 전날이던 4일 삼성전 마지막 타석 부터 3연타석 홈런포. 프로데뷔 처음 경험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몰아치기 홈런으로 양석환은 단숨에 23호 홈런으로 한시즌 촤다홈런(2018년 22홈런)을 넘기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커리어하이란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도전해보고 싶었던 홈런 30개에 100타점을 해보고 싶어요.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해보려고요."
화려했던 두산의 1루수와 오른손 거포 계보를 이을 슬러거.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양석환은 LG 시절을 언급하는 걸 조심스러워 했다.
"가깝지만 먼 팀에서 옮긴 거라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커요. 스스로 느낀 게 분명히 있지만요."
거포 만개의 환경적 조건은 특별한 건 없다. 무수한 실패에도 꾸준한 믿음과 기회를 주면서 시간을 축적하는 것 뿐이다. 두산맨 양석환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스스로 상무에서 한단계 발전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복귀하자 마자 뜻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장타력이란 장점을 더 극대화 시켜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에 벌어진 환경 변화. 두산은 양석환의 거포 본능을 만개시킬 수 있는 터전이었다.
양석환의 해결사 본능을 확인한 두산 벤치는 5번 타순에 그를 고정시키고 매 경기 1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어쩌다 4번, 6번 출전이 변화의 전부였다.
"마인드가 달라졌어요. 타석에서는 세번의 스윙기회가 있기 때문에 3번 중 한번 치면 되고, 오늘 못치면 내일 칠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중요한 점이겠죠. 얼마 전 17타수 무안타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시합을 못나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없으니까, 심리적으로 몰리지가 않더라고요."
선수와 팀은 궁합이 있다.
두산만 보면 신바람을 냈던 거포. 좋은 기분으로 새 팀에 와서 펄펄 날고 있다. 그 뒤에는 두산 벤치의 한결 같은 믿음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