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루고 싶은 인생 목표가 무엇입니까?"
국내 최초로 건강에 '코칭' 개념을 적용한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수십년간 암 환자와 그 가족의 삶에 대해 연구해 온 윤 교수는 삶의 질 연구 및 완화의료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등의 책을 펴낸 스테디셀러 작가이며, 건강학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환자들에게 스스로 목표를 세우게 한다. 건강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 이루고자 하는 꿈을 찾는 것이다. 이 꿈, 즉 목표가 건강 관리의 원동력이 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과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꾸준히 실행하다보면 건강은 절로 따라온다. 윤 교수의 지론, '건강경영전략'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29일 발표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인생 위기 1위는 건강'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화제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팬데믹 위기 상황,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강'에도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가족건강 보다 '내 건강'…인생 위기 3위에서 1위로 ↑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인생의 우선 순위를 바꾸었다. 내 건강에 대한 위기감으로, 나를 먼저 챙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한림대학교 심진아 교수)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을 통해 전국대표집단 1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인생 위기와 목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국민들이 뽑은 인생 위기 1위는 '자신의 건강(18.6%)'이었다. 2018년 조사에서 3위(14%)였던 본인 건강 문제는 당시 1위 '미세먼지 등 환경(18.9%)'과 2위 '경제적 어려움(17.7%)'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 그 배경으로 해석된다. 윤 교수는 "본인의 관리영역을 넘어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건강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생 위기와 인생 목표에서 모두 '가족의 건강' 비중은 줄고 '자신의 건강' 비중이 올라간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생 위기 순위에서 가족 건강 문제 비중은 2018년 11.9%에서 2021년 10.8%로 줄어, 3년 전보다 4.6%포인트(14%→18.6%)나 뛴 자신의 건강 문제와는 차이를 보였다. 인생 목표에서도 가족의 건강한 삶(31.9%→25.9%)은 줄어든 반면, 자신의 건강한 삶(15.6%→23.4%)은 껑충 뛰었다.
감염병 위기로 인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윤 교수는 '산소마스크 이론'을 예로 들었다. "비행기에서 비상사태에 내려오는 산소마스크를 자신이 먼저 써야 주변을 돌볼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내 건강을 먼저 챙겨야 가족, 건강공동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설문에서 인생 목표 중 '경제적 안정'은 그 비중이 2018년(2위) 20%보다 5% 줄어든 15%로, 가족의 건강한 삶-자신의 건강한 삶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위기를 기회로…팬데믹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건강 습관' 만들어야
"건강도 경영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윤 교수가 건강 위기를 느낀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윤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 이어 무엇이 되고 싶다든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삶의 목표를 세우고 실행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짠 뒤 이를 실천·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이른바 '건강경영전략'이다. 이렇듯 어려운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변화와 목표를 세워 꾸준히 실천하면 따로 건강을 강조하지 않아도 건강한 삶이 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팀이 최근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위기 극복을 위한 건강경영전략은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 및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경영전략을 잘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도가 2배 이상 좋았고, 삶의 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경영전략이 좋지 않은 사람의 우울증 위험은 5.95배나 높았다.
윤 교수는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건강경영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작심삼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6개월 이상 지속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면서 "실패해도 재도전하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2022년 새해가 다가온다. 코로나19와 함께 맞는 세번째 해, 나만의 건강경영을 해보는 건 어떨까.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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