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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자농구 인기 '하드캐리' 미모 라이벌 홍아란과 신지현. 충격은퇴 후 5년 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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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꼭 필요한 선수들이 등장했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일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의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관심을 잃어가고 있었던 여자프로농구.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9순위로 홍아란(29)이 KB에 지명됐다.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유망한 가드였다. 더욱 빛나는 건 그녀의 앳된 외모였다. 그렇지만 2년 동안 부상과 기량 문제(여자농구 선수들은 보통 고교 졸업 후 프로 2~3년차까지는 잘 뛰지 못한다)로 정규리그에서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3년차인 2013년 단발 머리에 청순한 그녀의 플레이는 악착같았다. 아이러니컬함이 여자농구팬의 가슴에 와닿았다.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해 운명처럼 '라이벌'이 등장했다. 선일여고 재학 시절 한 경기 61점을 기록한 신지현(26)이 하나원큐에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됐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예쁜 외모로 여자농구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녀가 프로에 입성했다.

홍아란과 신지현. 흥행요소가 필요했던 여자프로농구는 두 '라이벌'의 탄생을 너무나 반겼다. 2014~2015시즌 올스타전에서는 전설의 '거위의 꿈' 무대가 나오기도 했다. 홍아란은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성장했고, 신지현 역시 하나원큐의 차세대 스타로 승승장구. 미모의 라이벌은 코트 안팎에서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여자농구 인기를 '하드 캐리'했다.

그런데 2017년 홍아란은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팀 내부 문제가 원인',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한 번 정한 그녀의 마음은 단호했다. '필라테스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더 이상 코트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신지현은 지난 시즌 베스트5에 오르는 등 잠재력을 완전히 터뜨렸다. 홍아란은 올 시즌 KB의 '편파중계'에 모습을 드러내며 4년만에 농구팬들에게 인사했다.

화려한 라이벌리를 수놓았던 그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2021년의 막바지, 청라체육관에서 두 선수가 만났다.

▶그녀들의 첫인상

청라체육관에서 두 선수는 서로 손에 깍지를 끼며 좋아했다. 3년 터울의 소속팀도 달랐지만, 예전 추억들이 많았다. 홍아란은 "선일여중 2학년 때 지현이를 처음 봤어요. 너무 귀여운 선수였어요"라고 했다. 신지현은 "프로에 오고 언니와 이슈가 많이 됐어요. 신인 때 매치를 하고 인상이 깊었어요. 예쁜데 플레이를 악착같이 하니까, 당시에는 '얄밉다'는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홍아란은 "저는 실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열심히 하는 케이스였어요. 경기에 뛰려면 머리박고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었어요"라며 "지현이는 좀 달랐어요. 스스로 신인 때 부족하다고 얘기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개인기나 기량이 이미 상당히 좋은 선수였고, '왜 나는 지현이같은 플레이를 못할까' 자책하기도 했었어요"라고 했다. 신지현은 "센스는 제가 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아란 언니는 코트에서 정말 열심히 뛰었고, 활동력이나 끈적한 플레이가 너무 좋아서 '꼭 저런 부분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거위의 꿈'은 립싱크였다

2014~2015시즌 올스타전 공연은 '대박'이었다. 두 선수가 히트곡 '거위의 꿈'을 축하공연으로 불렀고,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당시를 회상하던 신지현은 "사실 제가 음치에 가까운데 거위의 꿈을 부르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어이없는 상황이 너무 웃겼어요"라고 했다. 홍아란은 "녹음을 했고, 올스타전에서 실제 부르진 않았어요. 립싱크였는데, 중간에 제가 '여러분~ 함께해요'라는 애드립을 넣는 부분이 있었어요. 관중들이 많이 웃으셨는데, 이 부분도 립싱크였어요"라고 하자, 신지현은 "정말? 언니. 그 부분은 아직까지 진짜인 줄 알았어요"라며 웃었다. 두 선수는 "사실 그때 공주풍 옷에 구두도 상당히 큰 걸 신었는데, 우리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관심받는 시기여서 걱정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녀들의 농구는 진지했다

그녀들의 미모가 돋보이는 건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스타덤에 올랐지만, '농구걱정'이 많았던 선수들이다. 홍아란은 기량이 일취월장하면서 대표팀 승선까지 거론됐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끈끈했고, 득점과 패싱 능력은 시즌을 치를수록 향상되고 있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당시 "홍아란은 확실히 열심히 하는 선수인 게 느껴진다. 매 시즌 기량이 늘고 있고, 팀을 위한 궂은 일에 열심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홍아란은 "당시에는 농구에 대한 걱정밖에 없어서 예쁜 걸로 불러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건방졌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걸로 감사했어야 하는데 감사한 줄 몰랐어요"라고 했다. 신지현은 지난 시즌 베스트5를 차지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 여린 외모와 달리 그녀는 상당히 당차다. "신인 시절은 여유가 없었어요. 부족하다고 계속 느끼는데, 외모로 띄워주시니까. 자책을 많이 했어요. 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난 시즌 베스트5로 뽑혀 울었어요"라고 했다.

홍아란이 은퇴할 때 신지현은 많이 놀랐다.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기도 했다. 더 하면 당연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뭐가 힘들었을까 궁금했어요"라고 했다. 홍아란은 "은퇴한 뒤 6개월까지는 막막했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후에는 '기술도 없는데, 뭐해서 먹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운동을 했으니까, 그 쪽으로 알아보자고 했어요. 필라테스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청라에서 강사를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두 선수는 각자의 길을 응원하고 있다. 신지현은 "밝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게 행복해 보이고, 잘하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라고 했고, 홍아란은 "지현이는 이제 대표적인 리그 가드가 됐어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더 부러워요"라고 했다.

2022년이 됐다. 그녀들의 새해 덕담은 남달랐다. "일 적게 하고 돈 많이 버세요." 청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