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야구인데…."
이영하(25·두산 베어스)는 지난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땀을 흘렸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두면서 일약 두산의 젊은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2020년 5승11패 평균자책점 4.64에 머물렀고, 2021년 전반기에는 8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8.33을 기록했다. 5월 한 달은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올림픽 휴식기로 시간을 벌면서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가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며 기대를 모였다. 기복 있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김 감독은 8월 말 다시 이영하를 1군에서 제외했다.
해를 넘겨서도 길어지는 부진에 권명철 2군 투수 총괄 코치가 전담으로 붙었다. 권 코치는 "밸런스가 중간 중간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공을 계속해서 던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 강하게는 아니더라도 릴리스 포인트를 잡아나가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훈련은 고됐다. 매일 노란색 큰 박스에 담긴 공을 두 박스씩 비워냈다. 이영하는 "한 3~4년 동안 그렇게 던질 일이 없었다. '이거 아니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코치님과 상의해서 던져 봤다. 1군에서는 로테이션을 돌다 보니 집중훈련이 어렵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했다.
열흘 뒤 이영하는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나섰다. 돌아온 이영하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9월 이후 나선 24경기에서 33⅔이닝을 소화해 4승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60으로 핵심 불펜 역할을 소화했다.
기세는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졌다. 외국인선수로 선발진이 무너진 가운데 이영하는 승부처에 올라가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을 했다. 6경기에서 12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84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 중심에 섰다.
이영하는 노란박스 이야기에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로 시즌을 마친 이영하는 "지난해 시작이 정말 힘들었지만, 점점 좋아지는 걸 느꼈다. 전에는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크게 다가왔다. 나로서는 많이 배운 한 해"라고 돌아봤다.
이영하는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변화구 구종이나 마운드에서 고집해 온 스타일이 있었다. 슬라이더와 직구를 많이 던지다가 다른 변화구도 섞기 시작했다. 한번은 구속도 떨어지고 투구 컨디션이 안 좋아진 적이 있었다. 좋아지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려 한 변화들이 이제는 머릿속에 정립됐다"고 했다.
17승 투수 출신이지만 보직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다. 그는 "이제는 시키는 거라면 뭐든 한다는 마인드"라며 "지난해 '하고 싶다'고 먼저 말하고 해 봤는데 많이 힘들었다. 나보다는 감독님이 보는 눈이 더 정확하다. 내게 맞는 자리를 찾아서 시켜 주시면,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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