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결과는 예상대로였다.
PED(운동능력향상약물) 스캔들, 즉 약물 논란에 휘말렸던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데이빗 오티스는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기자단 투표에서 77.9%의 득표율로 커트라인 75%를 넘겨 자격 첫 해에 명예의 전당(HOF)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자격 마지막 10년째에 몰린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각각 66.0%, 65.2%에 그치며 끝내 고배를 피하지 못했다. 본즈는 역대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이자 7차례 MVP에 올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클레멘스는 통산 354승, 4672탈삼진에 7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역대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선수 시절 PED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들은 커리어 전체 이미지가 훼손돼 HOF 문을 열는데 실패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투표에 참가한 394명의 기자들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두 선수를 지지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75%라는 문턱에 막혔을 뿐, 이제는 '용서를 해도 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ESPN 간판 기자 제프 파산이 본즈의 HOF 입성 실패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HOF 투표 결과 발표 직전 '배리 본즈가 쿠퍼스타운 문앞에서 주저앉았다. 그건 HOF의 완벽한 실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본즈의 HOF 탈락에 대한 아쉬움과 논리적 비판을 드러냈다.
파산 기자는 'HOF의 임무가 뛰어난 활약으로 위대한 여정을 펼친 선수들을 기리고 메이저리그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라면 오늘의 일은 정말로 비참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며 '본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헌액 자격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75%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9년간 적어도 3분의 1 이상의 기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들은 본즈가 PED 사용 전력 때문에 자격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결과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파산 기자는 '본즈가 거부된 것은 야구계가 역사 보존에 있어 역사 의식과는 무관한 도덕적인 여론 감정을 중시하면서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ED 문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실망스러운 지점을 콕 찍어내기는 어렵지만, PED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도 HOF에 들어간 선수도 많다. 스테로이드 시대를 호령했던 커미셔너 버드 셀릭 자신도 HOF에 헌액됐다. HOF에 입성한 많은 선수들을 포함해 본즈의 이전 세대들도 경기 전 루틴으로 암페타민(각성제 일종)을 사용했다. HOF의 어떤 선수들은 인종주의자, 가정폭력범이었으며 심지어 작년에는 여성을 상대로 성적 비위를 저지른 HOF 이사회 일원이 사퇴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일들을 볼 때 역대 최다 홈런을 터뜨린 선수가 야구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는 HOF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본즈를 거부하는 현상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됐고, 여러 집단 간의 공정성과 논리의 오작동을 수반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즈는 향후 HOF 원로위원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릴 수 있겠지만, BBWAA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스스로도 아쉬움이 클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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