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곽윤기(32·고양시청)의 공식 별명은 '깝윤기'다.
약간 가벼워 보이는 듯한 그의 애칭은 실상과는 좀 다르다. 항상 웃는 표정의 그는 노련한 인터뷰 스킬과 재치있는 말투로 베이징 현장에서도 '활력'을 돋게 만든다.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생애 최고의 무대다. 당연히 긴장한다. 특히 세계정상급 기량을 갖춘 쇼트트랙 선수들은 메달에 대한 중압감이 항상 짓누른다.
그래서, 곽윤기의 '긍정 에너지'는 빛을 발한다.
단지, 가벼운 게 아니라, 노련함 속에서도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상황을 최대한 희망적, 긍정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곽윤기는 대표팀 맏형님으로서 손색이 없다.
현지 적응 훈련이 한창인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 그는 믹스드 존에서 갑작스럽게 "털모자를 써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라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로 뽑혔다. 그의 머리는 진한 핑크색으로 염색된 상태.
그 나름대로는 '초심'의 각오를 표현한 것이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나갔을 때 빨간색 머리였다. 그래서 초심으로 되돌아가고자 핑크색으로 염색했다"며 "미용실에서 빨간색은 '비추', 핑크색을 '강추'하더라. 그래서 색깔이 약간 바뀌었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그는 "핑크색 머리를 과감하게 드러내야 할 지, 아니면 털모자로 감춰야 할 지 고민된다. 많은 국민들이 보실텐데"라고 했다. 결국 그는 핑크색 머리를 드러냈다. 그에게 맞는 선택이었다.
항상 유쾌하지만,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대회 시작전부터 "중국 편파판정을 조심해야 한다. 바람만 불어도 실격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과장된 발언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곽윤기의 말처럼, 실제 중국은 그랬다. 1000m 준결선에서 황대헌은 어이없는 실격을 했고, 이준서도 마찬가지였다. 곽윤기의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혼성계주에서 중국의 '노터치 상황'도 그렇고, 1000m 준결선도 그렇고, 편파판정을 어느 정도 에상했지만,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중국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꿈 꾼 금메달이라는 자리가 이런 건가하는 허무함도 든다"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그는 '노련한'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후배들을 다독였고, 더욱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다.
결국, 그는 남자 5000m 계준 준결선에서 결정적 인코스 침투 2차례를 성공시키며 1위로 골인, 한국의 결선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카메라 앞에서 '내가 왔다'고 입모양을 지었지만, 믹스드 존에서는 "황대헌의 푸시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가 인코스 침투에 성공한 것은) 황대헌이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마음이 넓다. 편파판정 발언 이후 중국 네티즌들의 수많은 욕설과 비난이 쇄도했지만, 오히려 "응원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정함도 있다. 남자 계주 5000m 중국 리원룽이 캐나다 선수와 스케이트 날이 부딪쳐 넘어진 뒤 어드밴스로 진출하자, "이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진출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기준점을 말했다. 실제, 애매한 판정이긴 했지만, 레이스가 반 이상 남아있을 경우, 어떤 접촉없이 스케이트 날 등에 부딪쳐 쓰러진 경우 등이 충족되면 어드밴스를 주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까지 고려하면 남자 5000m 계주 결선 진출은 이해할 수 있는 판정이다.
그는 수많은 별명을 탄생시켰다. '깝윤기', '사이다 윤기', '대인배 윤기' 등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과 재치있는 대처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지만, 곽윤기의 카멜레온 매력 때문에 그나마 잘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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