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란 사냥'은 과거 국가대표팀 간판 골잡이들의 필수 코스로 통한다. 한국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이회택을 시작으로 박이천 이영무 고정운 하석주 황선홍 김도훈 이동국 설기현부터 박지성 황의조 손흥민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선수들이 난적 중의 난적 이란전에서 포효했다.
특히 박지성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이란을 두 번 만나 모두 골을 넣는 진가를 발휘했다. 비록 천하의 박지성도 11년 넘게 지속 중인 이란전 무승 징크스를 깨진 못했지만, 최근 이란을 상대로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그럼 이번 이란전에선 누가 박지성의 바통을 이어받을까. '절대 에이스' 손흥민과 벤투호 간판 골잡이인 황의조를 첫 손에 꼽을 수 있지만, 떠오르는 공격수 조규성(김천 상무) 역시 주목하고 싶다.
조규성은 최근 둘째가라면 서러운 '폼(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소속팀 김천 상무에서 6경기에 출전해 4골을 몰아치며 K리그1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이다. 끈임없는 자기 계발로 수비수들이 버거워할만큼 체격을 키웠고, 양발과 헤더로 모두 득점을 할 수 있는 '득점 머신'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9월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조규성은 이후 A매치 8경기 중 7경기에 출전하는 등 벤투호에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와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고, 같은 달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에서 결승골로 한국의 1대0 승리를 이끌며 해결사의 면모도 과시했다.
반년 남짓의 대표팀 경험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전술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여기에 황의조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파가 장거리 이동과 짧은 훈련에 따라 24일 이란전에서 최정상의 컨디션을 뽐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벤투 감독은 다시 한 번 '조규성 선발 카드'를 과감하게 빼들지도 모를 일이다.
이때 조규성이 기회를 확실히 잡으면 황의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전국구 스타로 뻗어나갈 수 있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데 이란전만큼 좋은 무대는 없다.
조규성은 22일 파주NFC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란이 강팀이지만, 우리도 강팀이다. 전방에서 많이 뛰어주며 수비 가담을 하는 제 장점을 살리면서 득점도 생각하고 있다. 경기에 나선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현재 대표팀과 이란이 최종예선 A조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어 이번 경기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8라운드 현재 한국이 승점 20점으로 22점의 이란을 2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란 원정에서 펼쳐진 첫 맞대결에선 벤치에 대기했던 조규성은 "원정 경기에선 못 뛰었는데, 이번엔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선배 공격수'인 황의조와 투톱으로 나설 때 좋은 기억이 있다는 조규성은 손흥민과의 연계 플레이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조규성의 '후임'인 미드필더 권창훈(김천)은 "조규성 선임과는 터키 전지훈련에서 발을 맞췄다. 그때 서로 좋아하는 플레이스타일을 알게 됐다"며 '소속팀 케미'를 앞세운 번뜩이는 콤비 플레이를 예고했다.
백승호(코로나19 확진으로 소속팀 복귀)의 대체자 원두재와 유럽파 트리오 손흥민 황의조 김민재는 23일 한번의 완전체 훈련을 한 뒤 본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파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