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우완 황동재(21)는 악몽의 데뷔전 기억이 있다.
지난 2020년 5월23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전.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1차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루키. 선발 김대우에 이어 5회 마운드에 올랐다.
대망의 프로 데뷔전. 홈 팬들 앞에 선 그 때 그 순간. 2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이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2년 전 아픔을 맛보고 제 자신에 대해 후회가 많이 됐어요."
1-2로 한점 차 뒤진 상황. 루키에겐 쉽지 않았다.
첫 타자 박건우를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한 순간 짜릿함은 악몽의 서막이었다.
연속 안타에 이어 볼넷, 그리고 오재원의 만루홈런이 터졌다. 프로데뷔전 첫 피홈런이 그랜드슬램이었다. 볼넷과 2루타가 이어졌지만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고 더 이상의 실점은 막았다.
벤치는 6회에도 황동재를 마운드에 올렸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잡은 아웃카운트는 희생플라이 하나 뿐이었다. 결국 그는 데뷔전을 1⅓이닝 8안타 4볼넷 8실점으로 마쳤다.
2년 여 세월이 흐른 지난 9일 대구 키움전, 황동재는 '그날' 이후 2년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⅔이닝 2안타 1탈삼진 무실점.
데뷔 첫 선발등판 경기였던 23일 롯데전에서는 5이닝 6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을 섞어 팀 타율 1위 팀의 예봉을 꺾었다. 프로 입단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기.
힘보다는 템포와 강약 조절로 거둔 의미 있는 성과였다.
"템포를 가지고 경기를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제가 잘 던지는 변화구를 제 템포, 제 흐름대로 던지니 걱정했던 것 보다 괜찮은 결과를 얻었죠."
4회 선두타자 이대호를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패기도 돋보였다.
"타자 상관 없이 제 투구에 집중하다 보니 3구 삼진도 나온 것 같아요. 어차피 싸워서 이겨야 할 적이라는 생각으로 던졌습니다."
만감이 교차했던 그날 저녁, 2년 전 그날이 주마등 처럼 스쳤다.
"생각해보니 어재는 긴장을 안하고 경기를 즐기면서 생각을 하면서 했어요. 2년 전에는 생각할 정신이 없었거든요. 왜 그때는 생각을 안하면서 던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칭은 힘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 2년 만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최고 구속 143㎞ 패스트볼로도 5이닝을 2실점으로 버틴 비결이다.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이 '변화구 5~6개 있다고 좋은 게 아니다. 던지고 싶을 때 던지고 싶은 곳에 넣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저도 경기 전에 직구 하나만 가지고는 못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화구 제구와 템포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죠."
어느덧 3년 차 투수지만 황동재는 이제 1군 무대 3경기를 치른 신인이다.
일찌감치 쓰린 경험 속에 값진 교훈을 얻었다.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은 때론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자극제가 된다.
2년 전과는 확 달라진 황동재가 또 한차례의 선발 기회를 얻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24일 "긴장 없이 포수가 원하는대로 80~90% 자기 공을 좌우로 자신있게 잘 던진 훌륭한 경기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경험과 훈련을 쌓아간다면 선발 한축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투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인터뷰 하는 황동재 뒤에 배경에 별 6개가 새겨져 있었다. 라이온즈파크에 새로운 6선발이 탄생할 조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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