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제가 올라가면 보통 좋은 얘기 안 나오죠."
두산 김태형 감독은 엄한 사령탑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에 따라 카멜레온 처럼 변한다. 때론 품을 떠난 양의지와 헷갈리지만 다른 의미에서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불린다. 그만큼 적절한 밀당 속에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령탑.
27일 잠실 NC전.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4-2로 앞선 4회초 무사 1루. 선두타자 마티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선발 최원준이 후속 타자 오영수에게 초구 카운트를 잡는 슬라이더를 넣다가 홈런성 파울을 허용했다. 비디오판독 끝 파울 판정을 받은 큼직한 타구. 넘어갔다면 4-4 동점이 될 사황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투수와 포수를 불러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28일 NC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좋은 얘기 안한다"고 웃으며 "하지만 최원준 한테는 좋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보기보다 멘탈이 약하다. 볼이 자기 마음대로 안 들어가면 막 던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집중해서 던지라고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령탑의 이례적 마운드 방문. 도움이 됐다. 방문 이후 오영수 삼진을 시작으로 3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순항했다.
반면, 최원준과 함께 토종 선발 듀오를 이루고 있는 이영하에 대한 언급은 결이 달랐다.
'이영하의 멘탈'을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어이 없는 표정으로 "영하는 멘탈 기준이 없어요. 멘탈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무슨 생각으로 던지는지 잘 몰라요. 자기 성질대로 던지거든"이라며 껄껄 웃었다.
이영하의 승부사적 기질을 농담 처럼 빗댄 표현. 열정은 뜨겁지만 넘치면 스스로를 까맣게 태울 때가 있다. 이를 경계한 언급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최근 2경기 연속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된 이영하에 대해 "그래도 타자와의 싸움이 괜찮아 보인다. 밸런스도 괜찮다고 보고 있다"며 반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영하는 22일 LG전 5⅔이닝 11안타 5실점에 이어 28일 NC전에서 3⅓이닝 동안 9안타 8실점(7자책)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잘 안 풀릴 때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선수의 특징을 보이는 두산의 토종 선발 듀오 최원준 이영하.
사령탑은 두 선수의 성향을 정확하고 파악하고 있다. 당연히 대응도 달라진다. "영하는 멘탈이…" 다른 듀오→다른 밀당, '곰탈여' 사령탑의 대응법
선수 성향에 따라 때론 엄하게, 때론 부드럽게 접근하는 카멜레온 사령탑. 두산이 예상을 깨고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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