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유니폼이랑 글러브, 전부 마운드에 두고 내려오려고 했어요."
SSG 랜더스가 잘나가는데는 이 선수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마무리 김택형이다. 지난달 2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세이브는 아니었지만 팀 승리를 지켜냈고, 이후 4월 3일 NC전부터 4월 24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9경기 연속 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전 블론 세이브가 있기는 했지만, 이후 10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다시 3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이다. 이번 시즌 세이브 개수가 벌써 14개. 이 부문 압도적 선두다.
그런 김택형이 10일 삼성전 세이브를 기록하고도 가슴을 쓸어내린 사연이 있다. 김택형은 팀이 3-1로 앞서던 9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2사 후 김동엽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다행히 마지막 타자 대타 최영진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쳤다.
김택형은 경기 후 "오늘 또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면 유니폼, 글러브 다 마운드에 내려놓고 내려오려고 했다"며 웃었다. 지난 한화전 충격의 블론 세이브를 아직 잊지 못한 탓일까.
아니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이태양 때문이었다. 이태양은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요건을 챙겼다. 그런데 김택형이 만약 동점을 허용했다면 시즌 3번째 승리를 날릴 뻔 했다. 왜 김택형이 이태양을 챙겼냐면, 그 한화전 선발이 이태양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도 이태양은 승리 요건을 갖췄었다.
이 경기 뿐 아니다. 지난 시즌 김택형이 3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그 중 2개가 이태양 선발 경기였다. 지난해 6월 2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과 7월 4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유독 이태양 선발 경기에서 블론 세이브가 나오니, 김택형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얘기를 들은 이태양은 껄껄 웃었다. 이태양은 "나도 불펜을 해봐서 안다. 정말 힘들다. 특히 이기고 있을 때 못 던지면 데미지가 크다"며 "택형이가 그런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선배의 품격을 보여줬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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