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KT 위즈 박병호(36)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내는 듯 했다. 밝은 표정 속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타격 훈련에서도 시원시원한 장타를 뿜었다. 하지만 눈빛이나 스윙엔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
박병호는 하루 전 광주 KIA전 9회말 2사 만루, 끝내기 상황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친 평범한 1루쪽 파울 타구를 놓쳤다. 연장으로 갈 수도 있었던 승부는 소크라테스가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KT의 0대1 패배로 막을 내렸다. 팀 중심 타자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루 전 패배의 속죄였을까.
11일 KIA전에서 박병호의 방망이는 경기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1-0으로 KT가 리드한 1회초 1사 1루, KIA 선발 투수 이의리와의 3B1S 승부에서 들어온 몸쪽 높은 코스의 146㎞ 직구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아치를 그렸다. 시즌 11호이자 이호준(현 LG 트윈스 코치)을 제치고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단독 7위(338개)로 올라선 한방이었다. 또 5-0으로 격차가 벌어진 2회초 2사 1, 2루에선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만들면서 일찌감치 멀티 히트 및 4타점을 만들었다.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0대5 승리를 이끌었다.
2년 연속 50홈런(2014~2015년), 국가대표 4번 타자를 맡으면서 '국민 거포'로 불렸던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18년 이후 매 시즌 홈런 숫자가 줄어들었다. 고질인 손목 통증 여파 속에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은 그가 친정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시즌 개막 한 달이 막 지난 시점에 지난해 홈런 숫자(20개)의 절반을 채우며 반등과 동시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부진과 실책으로 떠안은 팀 패배의 책임을 스스로의 힘으로 결자해지하는 해결사의 면모까지 드러냈다.
박병호는 올 시즌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 통산 홈런 6위인 장종훈(한화 이글스·340개), 5위 최형우(KIA·342개), 4위 양준혁(삼성 라이온즈·351개), 3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354개)와의 격차가 지척이다. 시즌 초반부터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면서 순위를 가파르게 끌어 올릴 것이란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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