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투수에게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라고 했다."
출혈만 남은 혈투, 그래도 스타는 탄생하는 법이다. 이날의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김민혁이었다.
두산과 SSG 랜더스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9대9로 비겼다. 두산이 1-8로 밀리던 경기를 따라붙어 8회 9-9 스코어를 만들었고, 이후 양팀이 연장 승부에도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경기인데, 핵심 포인트는 두산의 포수 문제였다.
두산은 점수차가 벌어지자 주전 포수 박세혁을 5회에 빼줬다. 그런데 백업 박유연이 6회 사구를 맞고 경기에서 빠지게 됐다. 남은 이닝 전문 포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이었다.
포수를 할 수 있는 야수를 찾아야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올시즌 처음 1군에 올라온 김민혁이 눈에 띄었다. 건장한 체격의 거포 유망주. 그리고 초-중학교 시절 포수 경험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첫 이닝인 7회초 긴장한 듯 공을 흘리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김민혁. 하지만 이닝이 거듭될 수록 침착한 포구와 수비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상대 2루 도루를 잡을 뻔 했고, 자신의 머리 뒤로 뜬 어려운 파울 플라이 타구도 잡아냈다. 150km 빠른 공도 척척 잡아냈다. SSG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도 못했고, 어렵사리 나가도 도루를 시도하지도 못했다.
김민혁은 포수 역할 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6회 추격의 적시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1군 복귀날 대단한 사고를 친 것이다.
김민혁은 "코치님께서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기회라도 나가고 싶어서였다"고 말하며 "투수에게는 사인을 아무거나 낼테니, 던지고 싶은대로 던지라고 말했다. 정신 없는 하루였다. 긴장도 됐지만, 코치님들과 동료들이 응원해줘서 이닝을 거듭할수록 나은 플레이를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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