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무사 만루. 1루쪽 관중석을 꽉 채운 롯데팬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스코어는 3-3 동점, 이대호 피터스 고승민이 볼넷 2개와 안타로 만들어낸 끝내기 찬스다.
다음 타자는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포수 지시완이다. 그런데 롯데 벤치가 안중열을 대타로 냈다.
지시완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28 2홈런 10타점에 득점권 타율은 0.273이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대타로 나온 안중열은 올 시즌 11타수 1안타에 타율은 0.091에 불과했다.
서튼 감독은 안중열의 빠른 발에 베팅을 한 듯하다. 병살타만 치지 않으면 충분히 한 점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서튼의 기대는 어긋났다. 하영민의 2구째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잡아당긴 안중열의 타구는 전진수비를 펼친 유격수 김휘집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고 유격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서튼 감독이 믿었던 안중열의 빠른 발도 소용 없었다.
유격수 김휘집과 포수 이지영의 병살 플레이가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 1루심의 아웃판정에 롯데측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간발의 차로 안중열의 발이 늦었다. 이어진 2사 2, 3루에서 이학주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답답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지시완의 외야 플라이 하나면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선택하지 않은 결정에 대한 의미없는 추측일 수도 있고, 무사 만루에서 점수 내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이날 1타점 적시타를 친 지시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타격 지표인 11타수 1안타의 안중열을 대타로 내세운 서튼 감독의 결정을 이해하긴 힘들었다.
9회 무사 만루 찬스를 놓친 롯데는 10회초 이정후의 스리런포에 무너지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올 시즌 최다 연패다.
사직구장의 뜨거운 응원열기가 한 순간에 식어버렸다.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이 불쌍했다.
일반적인 선택이 잘못됐을 때보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과감한 결정이 실패했을 때 받는 비판이 훨씬 가혹하다. 그걸 감수한 서튼 감독의 용기 만큼은 인정해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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