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BO 허구연 총재는 LG-삼성의 주말 3연전이 열리는 잠실구장을 사흘 내내 찾았다. 첫날, 학계 인사와 함께한 허 총재는 둘째날에는 유영구 전 총재, 박영길 전 감독과 시간을 가졌다. 사흘째는 각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시즌 두 번째 '어린이 팬 데이'를 맞아 미리 사인을 해 준비해온 공을 어린이 팬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허 총재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져주다보니 어른이 가져가면서 정작 어린이 팬들에 전달되는 확률이 떨어지더라"며 직접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친근한 할아버지 총재를 직접 만난 어린이와 청소년 팬들은 반가워 하며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짧지만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야말로 KBO 수장이 팬들 속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직접 실천한 셈이다.
3연전 첫날.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경기를 마친 시간. 잠실야구장 밖은 인파로 가득했다.
야구가 열리던 시간, 바로 옆 주 경기장에서 열린 성시경 콘서트가 끝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나왔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야구팬들은 대기선 밖에서 귀가하는 LG 선수들을 애타게 기다렸다.
중앙출입구를 막 나서는 한 청년을 발견한 팬들. 갑작스런 환호와 함께 소란스러워졌다. 이날 5⅔이닝 무실점 쾌투로 5대0 승리를 이끌며 시즌 5승째를 거둔 청년 에이스 이민호였다.
편안한 사복 차림의 이민호는 차로 가는 대신 어둠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이 모여있는 펜스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참을 머무르며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팀의 연패 탈출을 위해 전력을 다한 피칭으로 녹초가 됐을 몸 상태. 빨리 귀가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겠지만 약관의 청년 에이스는 자신을 기다린 팬들과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나눴다.
허구연 신임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와 지난해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야구장을 떠난 팬들을 다시 부르는 힘은 결국 진심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선수들의 노력에 있음을 강조하고 또 당부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구단들은 홈 팬들을 위해 경기 후 별도의 팬 대기 장소를 마련해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정착될 경우 퇴근 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가정에 일이 있거나,약속이 있는 선수들의 빠른 귀가는 야속함 대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는 팬들의 배려심 또한 필요하다.
소중하게 나눈 시간. 순간은 짧지만 여운은 길다.
팬들에게 익숙한 명 해설가 출신 신임 KBO 총재에게 직접 사인공을 받은 어린이 팬들은 성인이 돼서도 반드시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떠오르는 트윈스의 신성 이민호가 퇴근 시간을 쪼개 전달한 사인을 받은 팬들은 머지 않아 야구장을 다시 찾을 것이다. 팬 퍼스트의 실천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 작은 배려와 마음의 나눔 속에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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