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김원형 감독의 퇴장 효과는 있었다? 없었다?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8일 창원NC파크. SSG 김원형 감독은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 3번 박성한이 삼진 판정을 받자 곧바로 더그아웃을 뛰쳐나왔다. 관중이 별로 없어, 김원형 감독이 흥분해 외치는 목소리가 중계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들렸다. 그리고 김 감독은 원현식 구심에게 '폭풍' 항의를 했다. 그리고 퇴장 조치를 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처음 감독이 된 뒤, 7월 롯데 자이언츠전 퇴장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평소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나름 '순둥이' 스타일의 김 감독이 왜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낸 것일까.
박성한은 볼카운트 3B1S으로 유리했다. 그런데 5구째가 문제였다. 완전히 빠진 공을 원 구심이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다. 그 다음 공도 비슷한 코스, 같은 구종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 공은 양의지가 도루 저지를 위해 일어나며 잡아서 그렇지, 존을 통과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이 공을 보고 화를 감추지 못했다.
표면적 이유는 5구째 공에 대한 항의였을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의도된 퇴장으로 볼 수도 있었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자체 퇴장'을 감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독이 선수들을 위해 전면에 나서 싸우면, 선수들이 의기투합 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보통 분위기가 처진 팀들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SSG는 시즌 개막부터 부동의 1위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김 감독의 속이 탈만 하다. 줄곧 4~6경기 정도 2위와 승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SSG 경기력이 들쭉날쭉 하다. 최근 10경기 3승1무6패. 그러는 사이 키움 히어로즈가 턱밑까지 추격했다. 양팀의 승차는 불과 2.5경기 차이 뿐이다.
여기에 SSG는 최하위 NC 원정을 내려가 7일 3연전 첫 경기에서 패했다. 1위팀이 최하위 팀에 패하면 충격은 몇 배다. 여기에 그 경기는 올시즌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김광현이 무너졌다. SSG에는 엄청난 데미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짐이 보였다. NC는 8일 프로 첫 선발 등판을 하는 이용준을 내세웠다. 그런데 SSG 타자들이 이용준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자칫 NC에 흐름을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 누가 봐도 퇴장을 각오하고 나와 싸우는 듯 보였다. 연기력이 다소(?) 어설퍼 보이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SSG는 원했던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8회 필승조가 무너지며 2-2 동점을 허용하고, 12회 연장까지 치렀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감독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김 감독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2위 키움이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회 대타 만루포를 허용하며 다잡았던 경기를 놓치는 행운도 따랐다. 키움도 12회 무승부였다. 김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창원이 아닌 고척으로 전달된 듯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