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자타공인 최고 외인 루친스키를 3안타로 맹폭했다. 그 다음날 급히 2군에서 올라온 대체 선발 이용준을 상대로 침묵했다. 12회 연장 승부까지 6타수무안타. 삼진만 4차례 당했다.
SSG 최고몸값 타자 추신수(40)의 로빈후드 야구다.
추신수는 7일 1점대 평균자책점의 루친스키 공을 대놓고 공략했다. 하나도 뽑기 힘든 안타를 나 홀로 3개나 쳤다.
톱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1회초 148㎞ 초구부터 벼락같이 받아쳐 좌전 안타를 날렸다. 루친스키로선 기분 좋지 않은 출발이었다. 3회에는 오른쪽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보고 텅빈 3루 쪽으로 기습 번트안타를 성공시키며 도발했다.
끝이 아니었다. 7회에는 루친스키가 힘껏 던진 151㎞ 패스트볼을 당겨 우익선상 2루타를 날렸다. 특급 투수 루친스키의 자존심을 한껏 뭉갠 맹활약이었다. 지난해 루친스키 상대 10타수무안타를 되갚아준 활약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추신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통산 1승도 없는 2년차 신예 이용준을 상대로는 침묵했다.
1회 첫 타석부터 힘 없이 3구 삼진을 당하더니 3회 내야 뜬공, 4회에는 1루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이후 NC 불펜진을 상대로 남은 3타석 모두 삼진을 당했다. 6타수무안타 4삼진 침묵. 전날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추신수는 전체적으로 강한 투수에 강한 편. 올 시즌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를 상대로 19타수6안타로 0.316의 타율(스포츠투아이 기록 참조)을 기록중이다. 반면, 5점대 이상 평균자책점 투수를 상대로는 36타수9안타(0.250)에 그치고 있다.
KBO리그 데뷔해였던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1,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특급 투수를 상대로는 81타수24안타(0.296)로 3할대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다. 3점대(0.252), 4점대(0.250), 5점대 이상(0.274)에 비해 좋은 성적이다. 지난해 최고 투수였던 두산 미란다를 상대로 4타수3안타 2볼넷을 기록하기도 했다. KIA 멩덴(11타수5안타), 키움 브리검(3타수2안타), 한화 킹험(4타수2안타), 롯데 프랑코(7타수3안타) 등 강한 공을 뿌리는 외국인 투수들에게 두루 강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했던 로빈후드 식 야구. 이유가 뭘까.
메이저리거 출신 추신수는 강한 볼과 정면승부를 즐기는 메이저리그 식 투수에게 상대적으로 강하다.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대부분 우위를 점하는 이유다. 자신보다 빅리그 경력이 월등한 선수에게 기가 죽는 미국식 야구문화도 멘탈 대결에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메이저리그 빅스타 출신 추신수는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보다 월등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추신수 식 로빈후드 야구.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특급 투수들과의 맞대결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