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홈런 11개를 쏘아올린 외국인 타자가 '위기의 남자'가 됐다. 너무나 강력한 대체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SSG 랜더스는 케빈 크론을 1루수로 앞세우며 시즌을 시작했다. 크론은 5회까지 11개의 홈런을 쳤다.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빠른 페이스였고, 홈런 2위권 경쟁 중이었다.
그러나 타율이 너무 떨어졌다. 2할 중반대를 맴돌던 타율은 6월 들어 치른 6경기에서 23타수 1안타에 그치며 2할3푼1리까지 하락했다. SSG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8일 크론을 2군에 내려 점검 시간을 갖게 했다. 좀 더 편한 상황에서 타격을 재정립한 후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크론 대신 2군에서 올린 전의산의 활약이다. 2020년도 신인인 전의산은 지난 8일 크론과 엔트리를 맞바꿨다. 프로 데뷔 첫 1군 무대 승격이었다. 그리고 데뷔전부터 선발로 출장해 1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11경기에서 모두 선발 1루수로 나섰다. 11경기에서 거둔 타율은 3할7푼8리(45타수 17안타) 2홈런 12타점. 지난 18일 롯데전에서는 4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전의산은 입단 당시부터 SSG가 미래의 거포 자원으로 지목하고 '찍은' 타자다. 언젠가는 잠재력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처음부터 잘 할 줄은 구단도, 감독도, 선수 본인도 몰랐다. 전의산은 "사실 이렇게 결과가 잘 나올 줄 전혀 예상 못했다. 지금은 노림수 같은 건 없고, 그냥 공을 중심에 맞추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상보다 그는 빨리 1군 무대에 적응하고 있었다.
김원형 감독 역시 전의산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환해진다. 크론을 내리면서 대체 선수 선택할때, 전의산을 두고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 1군 경험이 없는 유망주 타자를 자칫 섣부르게 올렸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미 숱하게 그런 선수들을 봐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 성적 역시 두드러지지 않았던 전의산이 마침 콜업 시기 즈음 페이스가 올라왔고, 승격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SSG 구단 관계자들도 전의산의 활약에 모처럼 등장한 거포 유망주라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전의산이 앞으로도 기복없이 잘한다는 보장은 누구도 못 한다. 하지만 콜업 가능 시기인 열흘이 지나도 김원형 감독은 크론을 1군에 부르지 않았다. 크론은 퓨처스리그 2경기에 나와 각각 3타수 1안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타격 타이밍이나 타구 질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원형 감독은 '전의산과 크론을 두고 고민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고민 안했다"는 답이었다. 김 감독은 "지금은 의산이를 더 오래 볼 것 같다"면서 "보통 어린 선수들은 변화구 대처에 약점을 드러내고, 그 약점을 상대가 파고들면 무너진다. 그런데 전의산은 타석에서 대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스윙 기술을 가지고 있는 타자"라고 칭찬했다.
1군이 처음인 신예 타자가 10경기 이상 빼어난 성적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차세대 거포 육성에 초점을 맞춘 SSG 역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의산은 앞으로 더 주어질 기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따라 미래 설계가 달라진다. 아직 2군에 머물고 있는 크론이 되려 고민에 빠졌다.
부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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