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임)찬규한테 정신 바짝 차리라고 했어요. 믿어봐야죠."
레전드 대선배의 은퇴식날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의 속내는 어떨까.
LG 트윈스 임찬규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했다.
이날은 LG 역사상 3번째 영구결번인 박용택의 은퇴식이 열린 날이다. 박용택은 지난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팬들과 만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연기됐었다.
경기전 간단하게 은퇴식이 열리고, 경기 후 약 50분에 걸친 영구결번식이 예정된 상황. 자칫 잔칫상에 찬물을 뿌릴 수도 있는 선발투수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행사 특성상 경기가 일찍(오후 5시) 열리는 일요일이 적당하다. 하지만 박용택의 은퇴식을 위해 켈리나 플럿코 등 외국인 투수의 등판 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다. 류지현 감독은 "박용택의 은퇴식이라는 상징성에 맞춰서 시즌을 운영할 순 없죠. 하지만 (임)찬규가 잘할 거에요"라며 웃었다.
이날 LG 선수 전원은 박용택이 직접 고른 별명 리스트에 담긴 이름을 등에 달고 뛰었다. 간판스타 김현수는 박용택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 '용암택'을 등에 달았다. 오지환은 '소녀택' 문보경은 '사직택' 채은성은 '울보택' 등이다.
임찬규의 선택은 '휘문택'이었다. 임찬규는 박용택의 휘문고 13년 후배다.
경기전 만난 박용택은 "오늘은 올해 제가 유일하게 LG 트윈스를 응원할 수 있는 날이에요. 오늘 하루는 괜찮죠?"라며 웃은 뒤 "저도 오늘 하루긴 하지만 엄연히 2022시즌 등록 선수니까, (차명석)단장님께 '연봉은 안 받겠다, 우승하면 반지는 달라'고 약속받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임찬규가)야구인생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겠다고 하더라구요. 믿어봐야죠"라며 신뢰를 표했다.
대선배를 향한 맹세대로 임찬규는 이날 올해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5이닝 3안타 2사사구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 절묘한 제구와 볼배합이 돋보였다.
상대한 타자는 18명, 투구수는 54구에 불과했다. 1인당 투구수가 3개밖에 안됐다는 것. 1~3회 잇따라 선두타자가 안타와 사구로 출루했지만, 후속타를 무리없이 끊어냈다. 실책성 수비가 나와도 흔들림이 없었다. 거듭된 병살타로 상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진 3개는 덤.
임찬규는 5회까지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 뒤 교체됐다. LG는 7회초 1-1 동점을 허용하며 임찬규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7회말 채은성의 결승타 포함 3점을 따낸 뒤 이정용-고우석에 철벽 불펜이 뒷문을 꽁꽁 걸어잠그며 레전드의 은퇴길을 승리로 밝혔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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