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치열함을 내려놓고 마주한 그라운드, 한여름 밤의 야구 축제가 펼쳐졌다.
16~17일 이틀 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팬들에게 다채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올스타전마다 등장한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동군 올스타 김태군(삼성)은 2회말 첫 타석에 조선시대 임금이 쓰던 익선관과 곤룡포를 두른 채 마스코트들의 시중을 받으며 등장한 이른바 '태군마마' 퍼포먼스로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서군 올스타 황대인(KIA)은 헬멧에 나뭇잎,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고 어린이 캐릭터 '방귀대장 뿡뿡이'를 흉내 내기도 했다. 저승사자 복장을 하고 마운드에 선 이승현과 별명인 '삼린이' 퍼포먼스를 한 김지찬(이상 삼성), 슈퍼맨 망토를 두르고 동료들이 따라준 칵테일 한 잔을 들이키고 타석에 선 닉 마티니(NC)까지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아예 유니폼에 메시지를 적은 선수들도 있었다. 올스타전 최다 득표자인 양현종은 유니폼 뒤에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 대신 '최다득표', '감사' 글귀를 적어 넣고 호랑이 무늬 안경을 쓰고 나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은퇴 투어를 한 이대호는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는 글귀로 20년 넘게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승부에서도 선수들의 진심은 이어졌다. 호수비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승부 끝에 결국 승부치기로 승부가 갈렸다. 1-3으로 뒤지던 나눔 올스타는 8회초 황대인의 극적인 투런포에 이어 연장 10회초 2사 2, 3루에서 정은원(한화)의 결승 스리런포까지 더해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0회초 정은원에 스리런포를 내준 드림 올스타 김민식(SSG)은 포수임에도 이날 컨디션 문제로 마운드에 서지 못한 오승환(삼성) 대신 공을 던지면서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올스타전은 3년 만에 치러졌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2021시즌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했다. 엔데믹 시대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올스타전, 프로야구 4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각별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 올스타전을 향한 관심의 하락세나 아시안게임-올림픽 등 국제대회 부진, 각종 사건사고, 잡음 탓에 예전만 못한 야구 인기 등 올스타전이 그들만의 썰렁한 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격전을 치르고 휴식시간을 쪼개 그라운드에 선 올스타들이 과연 올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건이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잠실구장을 찾은 가운데, '팬 퍼스트'를 위해 의기투합한 별들의 노력은 박수받을 만했다. 최선의 노력과 최고의 퍼포먼스가 만든, 오랜만에 기억에 남을 만한 올스타전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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