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014년에 이어 2022년 여름 역시 승전고를 울리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은 김한민(53) 감독. 그가 난세를 극복한 영웅 이순신을 통해 8년 만에 완벽히 돌아왔다.
전쟁 액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빅스톤픽쳐스 제작)으로 '명량'(14)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김한민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한산'을 연출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애정을 고백했다.
김한민 감독의 '한산'은 1761만명을 동원한 역대 최고 흥행작 '명량'(!4)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이다.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무려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된 것.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명량'과 달리 '한산'은 명량해전이 발발하기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를 다뤘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을 장엄하고 압도적인 규모로 다뤄 시사회 이후 호평을 얻었다.
특히 '한산'은 한산해전의 또 다른 주인공인 전투선 거북선은 물론 이순신 장군의 전술 핵심 중 하나인 학익진(鶴翼陣)을 VFX 기술로 생생하게 담아내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김한민 감독을 비롯해 '한산'의 제작진은 '명량'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는 촬영을 과감히 결정, 평창 경기장에 초대형 실내 세트를 조성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압도적 해전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07) '최종병기 활'(11)에 이어 박해일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대목 또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에 이어 '한산'을 만들기까지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워낙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명량' 끝나고 난 뒤 '한산'과 '노량'을 잘 만들고 싶었다. '명량'은 우격다짐으로 만든 느낌이라면 '한산'과 '노량'은 차분하게 준비해 만들었다. '명량' 때 하지 못했던 콘티의 애니메이션화 작업을 시도했다. '명량' 때보다 만족도는 높다"며 "이순신을 달리 표현해야 한다는 게 아닌 이순신을 좀 더 깊이 있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도 '난중일기'를 끼고 산다고 표현할 정도다. 울적할 때 봐도 위안이 되고 잠이 안 올 때 봐도 좋다. 워낙 어려운 시기에 썼던 일기라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이순신 장군의 매력을 이상의 마력에 빠졌다. 물론 화가 날 때는 비판의 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순신 장군을 보면 참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팔색조의 느낌이 아니라 인품 적으로 바른 것 같다. 안목과 균형을 잘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해전마다 융통성을 보였다. 이 시대가 어떻게 이순신을 키웠는지, 어떻게 작동했는지까지 관심을 가게 됐다. 무인이 조선 성리학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자상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런 인물을 영화로 깊이 있게 구현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전했다.
그는 "'한산'은 '명량'에서 보충보다는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 '왜 또 찍어?'라는 이의제기가 나오지 않길 바랐다. 3부작을 통해 이순신을 오롯하게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이순신의 다른 측면을 배우가 다르지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지점에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명량' 이후 '한산'과 '노량'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듬고 정교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7년이 흐르더라. '명량'의 말처럼 코로나19를 이겨내면서 촬영한 '한산'은 천운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량' 당시 마음고생을 하게 만든 '국뽕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당시 '국뽕팔이' 논란 이후 '한산' 시나리오를 일부러 바꾼 것은 아니다. 한산해전의 특징이 차가운 판단과 전략에 대한 계산들이 있었어야 했다. 균형을 가져야 했다. 그런 지점의 이순신을 표현해야 해서 톤을 다르게 잡았던 것 같다"며 "'국뽕' 논란은 진정성의 문제인 것 같다. 이순신의 매력과 마력으로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을 가고 있는 것이다. 7년 전쟁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기도 하다. 관객이 이 영화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또 관객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와닿는지 문제인 것 같다. 단순하게 이순신 팔이를 해서, 혹은 애국심 팔이를 해서 흥행을 해보겠다 마음먹으면 국뽕이라고 하겠지만 그게 아닌 우리에겐 진정성이 있다. 이순신을 소재로 했지만 진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이 온다면 '한산'도 '국뽕' 논란에서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명량' 당시 마음고생보다는 세월이 지나 진정성에 기대 믿고 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한민 감독은 "내겐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잘 완성되길 바란다. '명량' '한산' '노량'이 잘 완성돼 관객이 역사 속 우리의 영웅이 우리 시대에 어떤 위안을 주는지 보여주고 싶다. 세 작품 중 어떤 작품을 봐도 알 수 없는 힘과 위로를 느꼈으면 좋겠다. 자긍심, 연대감, 용기를 느끼길 바란다"며 1761만명이라는 역대급 대기록에 대해 "진인사대천명(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인 것 같다. '한산'이 1761만명을 넘을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하늘의 뜻을 기다리고 있다"고 웃었다.
'명량'의 최민식에 이어 '2대 이순신'으로 박해일을 캐스팅한 결단도 확고했다. 김한민 감독은 "한산해전을 보면 이순신 장군의 준비, 고뇌가 느껴진다. 철저한 전략과 전술, 완벽한 진법에 대한 완성과 거북선의 운용, 적들을 넓은 바다로 유인하는 섬멸전, 적을 알아가는 정보전 등 총망라한 게 한산해전이다. 이런 해전을 펼친 이순신은 상당히 지략가고 당대함과 현명함이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는 바뀌지만 박해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박해일은 외유내강이라는 면모가 있다. 장수로서 강인한 인상은 없지만 유연함 속에서 내면의 강력한 힘, 중심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순신을 표현하기에 적역이라 생각했다. '한산' 속 이순신은 박해일의 모습이 필요했다"고 확신했다.
또한 "'명량'을 촬영하고 나서 최민식은 '이 작품으로 내 역할을 오롯하게 한 것 같다'라고 하더라.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정확했다.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이기 때문에 배우가 바뀌어도 괜찮을 것 같다. 관객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자신했다.
'한산: 용의 출현'은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1761만명이라는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렸다.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등이 출연했고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