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해를 끝으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KT 위즈로 옮긴 박병호(36).
지난 2년간 키움에서 부진한 타격을 해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던 박병호는 올시즌 KT에서 홈런 1위를 질주하며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반기 친정인 키움을 만나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키움전 9경기서 타율 1할8푼8리에 1홈런 2타점이 전부였다.
키움 선수들에겐 박병호가 그리 무섭지 않았을 듯. 그런데 이번 두번의 경기에서 박병호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했다. 키움이 리드할 때마다 박병호는 홈런으로 키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박병호는 26일 경기서는 5회말에 투런포, 7회말에 솔로포를 때렸다. 모두 키움이 앞서고 있을 때 친 동점 홈런이었다. 그래도 이정후가 3타점 3루타를 쳐 키움이 재역전승을 거뒀다.
그러자 박병호는 27일엔 3-4로 뒤진 9회말 2사 1루서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쳤다. 2사후 앤서니 알포드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고, 이후 타석에 선 박병호는 볼 3개를 연달아 지켜본 뒤 4구째 온 132㎞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백스크린을 맞고 나오는 비거리 135m의 대형 홈런을 쳤다.
9회말 2사후에 나온 마법같은 끝내기 역전포.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박병호도 이번 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포효하며 동료들이 기다린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박병호와 절친인 후배 이정후는 26일 경기 후 박병호에 대해 "같은 팀에서 경이롭게 바라봤던 홈런을 상대팀으로 보니 무서웠다"라고 했다. 그리고 27일엔 중견수로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이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것을 실제로 지켜봤다.
경기후 장비를 챙겨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던 이정후는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1루측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박병호의 홈런이 믿을 수 없었다는 듯했다.
잘치는 친한 형이 홈런왕이었다. 그리고 상대팀 선수로 홈런을 치는 것을 직접 본 키움 선수들은 이제 박병호가 타석에 설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9회말 2아웃에도 홈런을 치는 괴물이니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