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언젠가는 제가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닐 나이인 11세. 장래에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던 소년은 정작 그라운드에서 공을 찰 수 없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친구들이 뛰어다닐 때 좌절과 실의에 젖은 채 병실에서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소년의 운명은 좌절과 실망에 꺾이지 않았다. 재활병동 옆 침상에 누운 환자의 보호자가 내민 호의의 손길이 소년을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인생의 반전이 시작된 터닝포인트다. 그 보호자가 '한번 해봐라. 잘 할 것 같다'며 손에 쥐어준 테니스 라켓은 거대한 시련 앞에서 삶의 의미를 잃을 뻔했던 임호원(24·스포츠토토코리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한국 휠체어테니스의 에이스'로 우뚝 선 임호원은 이제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정상 무대에 도전한다.
코로나 슬럼프+준우승 징크스 날렸다
임호원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막을 내린 2022 서울 코리아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서울코리아오픈)에서 남자 단식과 남자 복식에서 모두 우승을 따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명실상부 '에이스의 귀환'이었다. 임호원은 18일 열린 남자 복식에서 한성봉(달성군청)과 호흡을 맞춰 이하걸-오상호 콤비를 2대0(6-0, 6-2)으로 꺾고 우승컵을 따냈다.
이 승리로 오랜만에 '1위의 감각'을 되살린 임호원은 19일에 열린 남자 단식에서는 복식 파트너였던 한성봉과 적으로 만났다. 한성봉도 세계랭킹 81위로 저력이 있는 선수지만, 이미 '우승의 맛'을 다시 기억해낸 임호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임호원은 한성봉을 세트스코어 2대0(6-4, 6-2)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2관왕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 출전과 2관왕은 임호원에게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임호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국제 대회에 출전을 못하면서 랭킹포인트가 계속 떨어졌다. 연습만 하다보니 실제 경기 감각이 많이 무뎌져 가는 게 느껴졌다. 앞서 국내 대회 5번에서 준우승만 2번 차지하면서 뭔가 징크스 같은 것도 생긴 듯 했다"면서 "코리아오픈을 통해 그런 면을 극복하려고 했다. 결과가 좋다보니 개인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자신감도 되찾았고, 랭킹 포인트도 많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호원의 국제랭킹은 대회 이전 34위에서 21위로 뛰어올랐다.
세계 최정상 무대 그랜드슬램 진출+장애 청소년의 롤모델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임호원은 무엇보다 이번 우승으로 국제랭킹이 올라간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였다. 그는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그랜드슬램 대회 출전을 꿈꾼다. 다행히 그랜드 슬램대회 초청인원이 8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나 한국 선수도 출전할 가능성이 생겼다. 랭킹 15위까지 시드를 받고 1명이 와일드카드가 되는 식"이라면서 "현재로서는 15위 안으로 랭킹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코리아오픈 우승 덕에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임호원은 이미 국내 무대에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서 대한민국 휠체어테니스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2015년 16세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때부터 리우 패럴림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아시안게임,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연이어 출전했다. 그러나 임호원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꿈꾼다. 명확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임호원은 "가능한 큰 무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 내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 그러면 나를 보고 어린 후배 선수들이나 장애 청소년들이 희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들에게 일종의 '롤모델'이 되는 게 어떻게 보면 궁극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소속팀(스포츠토토코리아)을 잘 만나 지원도 잘 받고 있지만, 사실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도 많다. 내가 더 잘해서 그런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아오픈 2관왕으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은 임호원은 올해안으로 랭킹 15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위해 22일 태국으로 떠났다. 23일부터 열리는 태국 파타야 오픈에서 다시 우승을 노린다. '장애 청소년, 휠체어테니스 영건들의 롤모델'을 꿈꾸며 임호원은 또 다시 강 스트로크를 날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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