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K리그2 충남아산FC를 이끄는 박동혁 감독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드는 방법으로 시즌 막판 지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마치 '곰의 탈을 쓴 여우'처럼 투박하고 거친 외부 이미지 속에 세심한 배려를 담은 것이다. 시즌 막판 경남FC와 숨막히는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충남아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박 감독은 지난 3일 오후에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37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3으로 참패한 뒤 이례적으로 크게 화를 냈다. 특히 경기 후 공식 인터뷰 석상에서 그간 듣기 어려웠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박 감독은 "그런 선수들은 팀에 필요가 없다. 교체 멤버로서의 가치가 없다. 앞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며 특정 선수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오늘처럼 화가 나고, 선수들에게 불만이 있던 건 처음이다"라고까지 말했다.
박 감독이 이렇게 강하게 선수들을 질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연승을 기록 중이던 충남아산은 이날 경기에서 시즌 첫 3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일정 때문에 선수들이 지쳐 있었다. 박 감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당연한 선택이다.
문제는 감독의 로테이션 플랜도 지친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는 것. 무엇보다 로테이션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교체 선수'들이 부진했다. 결과적으로 충남아산은 올 시즌 들어 가장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준 끝에 부천에 완패했다. 박 감독이 화가 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경기에 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믿고 투입한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박 감독은 "교체로 나간 일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열심히 뛰어주지 않았다. 활동력과 기동력, 파이팅을 기대했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교체 멤버로서의 가치가 없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이라면 남은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렇게 미디어 앞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박 감독은 라커룸으로 돌아가서는 '따뜻한 지도자'로 돌변했다. 충남아산 모 선수는 "정작 감독님이 라커룸에서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으셨다. 오히려 부드럽게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남은 경기에서 열심히 하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결국 박 감독의 강경 메시지는 미디어를 통해 우회적으로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강하게 메시지를 던진 뒤 선수들과 직접 접촉을 할 때는 오히려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팀의 분위기를 추스르려고 한 것이다. 시즌 막판, 지친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만든 '이중 플레이'였다. 이 방법이 과연 충남아산 선수들의 투지를 다시 일깨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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