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3일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둔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 주인공은 안치홍이었다. 안치홍은 대역전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끝내기 2타점 적시타로 팀의 9대8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그 순간에도, 홈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그 순간에도, 취재진과 수훈 선수 선정 소감을 밝히는 순간까지도 안치홍의 얼굴은 어두웠다. 웃음기 대신 미안함이 서려있었다.
이날 안치홍은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1회초 SSG 1번타자 추신수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는 과정에서 바운드가 예상과 다르게 튀면서 놓치고 말았다. 2루수 포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시작 직후라 더욱 마음이 무거웠을 터. 하필이면 이 실책이 고스란히 실점으로 연결됐다. 롯데 선발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선두 타자 출루 허용 이후 크게 흔들렸고, 2루 도루 허용에 다음 타자 희생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포구 실책까지 겹쳤다. 결국 롯데는 1회초에만 3실점을 했다. 경기 내내 끌려가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
누구보다 마음의 짐이 컸을 안치홍은 만회하고자 했으나 유독 공격도 쉽게 되지 않았다. 끝내기 안타를 친 마지막 9회 타석을 제외하고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공격으로라도 스트레일리를 돕고 싶었지만 의지와 결과는 다르게 전개됐다.
안치홍은 끝내기 안타를 치고도 환하게 웃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나 때문에 어렵게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너무 힘들었다"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안치홍은 후반기 들어 유독 안풀리고 있다. 팀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를 잘 알고 있지만, 결과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는다. 안치홍의 전반기 성적은 타율 3할9리-10홈런-38타점이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타율 2할2푼7리-3홈런-19타점에 그치고 있다. 잘 맞은 타구도 잡히고, 어떻게든 부진을 탈출하려다 보니 힘이 들어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공격의 힘이 절실한 롯데 입장에서는 안치홍의 저조한 성적이 더욱 뼈아프다.
여기에 최근 2루 수비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마음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안치홍은 KIA에서 롯데로 이적할 당시, 2루수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롯데 구단도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공격에 대한 부담은 자연스럽게 수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록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안치홍이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마음의 짐을 털고,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 팀과 안치홍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법이다.
부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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