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형, 걸어가는 길이잖아요."
지난 20일 '벤투호'의 9월 A매치 첫 훈련이 열린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몸 풀기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미니게임을 위해 구장을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이 앞서 걸어가는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을 향해 패스를 건넸다. 하지만 이강인의 패스는 손흥민을 '살짝' 비껴 옆으로 빠졌다. 손흥민은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이강인을 돌아봤다. 이강인은 "형, 저 쪽으로 걸어가는 길이잖아요"라며 서둘러 해명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슬며시 웃어보였다.
손흥민은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A대표팀에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18세였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축구의 '핵심'이다. 그는 '에이스'로서 그라운드를 누빈다. 2010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벌써 A매치 102경기를 소화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러시아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를 경험했다.
'막내'였던 손흥민은 어느덧 '캡틴'이 돼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9월 A매치를 앞두고선 2000년대생 어린 선수 두 명을 더욱 챙기고 있다. 한국은 코스타리카(23일·고양)-카메룬(27일·상암)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른다. 특히 이번 대표팀에는 연령별 대표팀부터 월반을 거듭한 '막내 1호' 이강인이 1년 6개월 만에 A대표팀에 복귀했다. '막내 2호' 양현준(20·강원FC)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양현준은 "손흥민 선수를 본다니 신기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손흥민은 10년 전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막내즈'를 유독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오랜 만에 합류한 이강인을 향해선 훈련 내내 "강인, 달려!", "(크로스) 올려, 헤딩하게!" 등 소통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는 이강인을 따로 불러 황희찬(26·울버햄턴)과 함께 프리킥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마지막까지 이강인에게 장난을 걸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주장의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에서 끝나지 않는다. 손흥민은 '막내즈'가 그라운드 위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그는 훈련 중 발을 맞춰 본 이강인에 대해 "(이)강인이가 오랜만에 대표팀에 왔다. 어려운 리그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성과다. 축하한다. 경기장에서 호흡을 맞춰 본 적이 많이 없다.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훈련에서 살펴보면서 장점을 최대한 펼칠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이어 "(이강인 양현준을 보면) 뿌듯하고 걱정도 된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왔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더 많이 기대하기보다는 옆에서 그 성장을 지켜만 봐 주시면 좋겠다. 매 순간을 즐기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 장난도 받아주고, 조력자까지 자처한 손흥민은 그야말로 든든한 '우리형'이었다. 그만큼 카타르를 향하는 '벤투호'의 발걸음도 가볍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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