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대호가 진짜 투수로 나오나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데뷔 이래 첫 등판을 경험했다.
8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의 시즌 최종전이자, 레전드 이대호의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이대호는 입단할 때만 해도 140㎞대 직구로 주목받는 투수였다. 당시 등번호는 64번. 하지만 입단 직후 부상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우용득 당시 2군 감독의 권유로 타자로 전향했고, 이후 트리플크라운 2회 포함 시즌 MVP, 통산 안타, 홈런, 타점에서 KBO리그 역대 톱5에 이름을 올리는 전설을 쓰는 남자로 재탄생했다.
경기에 앞서 만난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팬들을 위한 스페셜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웃었다. 이를 들은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도 "그런 이야기가 있어 준비는 해뒀다"고 답했다.
정상적인 타자가 출전할 경우 자칫 불필요한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 류 감독은 세심한 고려 끝에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내세우기로 했다. 선수에겐 미리 귀띔을 하고, 몇차례 가벼운 타격 연습을 시켰다.
롯데는 이대호의 적시타와 한동희의 홈런, 고승민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아 3-2 리드를 잡았고, 8회초 마침내 이대호가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 올라섰다. 대타 고우석도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4구 승부 끝에 고우석의 투수 땅볼. 이대호는 뜻밖에도 126~129㎞의 제법 빠른 직구를 던졌고, 고우석은 나름 날카로운 투수 강습 땅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대호가 유연하게 몸을 뒤집으며 잡아내 기분좋게 아웃시켰다. 이대호는 고우석을 푸근하게 안아주며 활짝 웃었다.
양팀 모두 순위에 관계없는 경기, 레전드의 은퇴식이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진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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