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리그도 본격적인 '다년 계약'이 대세가 됐다. 굵직한 선수들이 잇따라 소속팀과 다년 계약을 맺으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6일 깜짝 발표를 했다. 바로 투수 박세웅과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조건은 5년 총액 90억원(연봉 70억원, 인센티브 20억원)이었다. 인센티브가 안전 장치로 포함되어 있지만, 상당히 좋은 조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세웅은 최근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롯데 국내 선발 투수의 핵심이다. 롯데 구단이 다년 계약으로 박세웅이 FA 자격을 취득하기 전, 잡아두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다년 계약 관련 조항이 재조명 된 후, 각 구단들은 팀내 주요 선수들과 다년 계약에 대한 협상을 해왔다. KBO가 해석을 명확하게 내려주자, 가장 먼저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SSG 랜더스였다. SSG는 2021년 12월 투수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인센티브 9억원 포함), 투수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인센티브 8억원 포함)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SSG는 한유섬과도 5년 60억원(인센티브 4억원 포함)이후 삼성 라이온즈가 구자욱과 5년 120억원(인센티브 30억원 포함)에 다년 계약을 마쳤고, 박세웅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 1~2년 내에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해당 선수들에 대한 필요성을 확신한 구단들이 미리 움직여 다년 계약으로 발을 묶어놨다. 물론 구단과 선수 모두 이해조건이 맞았기 때문에 '윈-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다년 계약이 대세가 되면서 FA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나 '투수 FA'에 대한 프리미엄이 점점 더 사라지는 모양새다. 최근 KBO리그에서 FA 시장은 '특급 타자'들이 대세다. 주요 타자들의 몸값은 이미 4년 기준 100억원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반면 투수 FA들은 아직 '공식적' 총액 100억원을 넘은 계약이 없다. LG 트윈스와 차우찬이 2017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4년 95억원(인센티브 포함)이 최고액이고, 2015년 KIA 타이거즈와 윤석민이 체결한 4년 90억원이 그 다음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FA 시장에 풀린 대어급 투수가 귀한데다, 박종훈이나 문승원, 박세웅처럼 구단들이 일찍 다년 계약으로 FA가 될 수 있는 선발 자원 유출 방지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더욱 FA 보다 다년 계약이 대세가 될 수 있다. 구단도 FA 영입이 전력을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지만, 그동안 투수를 데려오는 것은 위험 요소가 분명했다. 장원준이나 차우찬 처럼 성공 사례도 있지만, 활약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 역시 야수에 비해 투수들이 가지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때문에 오히려 다년 계약이 서로에게 안전 장치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선수들도 FA가 되기 전,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계약을 위해 무리하지 않을 수 있다. 야수들에게는 FA 선언이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투수들에게는 상황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여러 구단이 탐을 내지 않는 이상 '안전'을 택할 확률이 높다.
올해 FA 시장에서도 대어급 투수들 보다는 포수들을 중심으로 한 야수들이 중점이다. 다년 계약 트렌드가 앞으로 KBO리그 계약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흥미롭게 지켜볼만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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