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고민이 많았던 자리. 대체 선수 영입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내년에 대한 구상도 동일할지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SSG 랜더스는 올해 통합 우승에 성공했지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한 자리, 외국인 타자 한 자리가 기대 이하였다. 1위를 노려야 하는 상황.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린 SSG는 투수 이반 노바 대신 대만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 숀 모리만도를 영입했고,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던 타자 케빈 크론을 퇴출하고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는 전직 빅리거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를 영입했다.
구단에서 원했던 1순위 후보들은 아니었지만, 당시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보통 시즌 중에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는 변수가 많다. 리그에 적응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 곧바로 실전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심리적으로 초조하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도 크다. 하지만 다행히 SSG가 영입한 대체 선수들은 두드러지는 부진 없이 제 몫을 해냈다. 특히 모리만도는 후반기 페이스만 놓고 보면 팀의 1선발 못지 않은 역할을 해낸 주역이다.
KBO리그에서의 두번째 시즌을 마친 윌머 폰트나 모리만도의 경우, 내년에도 구단에서 재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추가적으로 선수 리스트를 살피고 이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장할 수 있는 거물급 투수가 있다면 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폰트와 모리만도가 한국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들을 감안하면 재계약을 한다고 해도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라가레스의 경우 다소 애매한 성적이다. 정규 시즌 성적은 49경기 타율 3할1푼5리(181타수 57안타) 6홈런 32타점. 6번 타순에서 가장 많이 나왔고, 1번과 5번 타순에서도 고른 활약을 했다.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수비도 준수한 외야수. 수비에 있어서 걱정은 없다. 드물게 허를 찔린 실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반대로 호수비도 잦은 편이다.
라가레스의 성적이 크게 모자란 것은 아니다. 2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외국인 타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시즌을 치룬 팀들도 있다. 그러나 올해 우승을 한 만큼 내년에도 최소한 대권 도전이 목표가 될 SSG에게 필요한 외국인 타자로 라가레스가 최선인가 하는 생각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 SSG는 제이미 로맥의 은퇴 이후, 계속해서 거포 1루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로맥과 상당히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크론을 영입했던 것도 '제 2의 로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SSG의 현재 라인업에서 내외야 빈 틈을 굳이 찾자면 1루와 좌익수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오태곤과 최주환이 번갈아 1루를 맡았고, 최주환의 경우 원래 주 포지션은 2루수다. 오태곤은 1루와 외야 멀티를 맡고 있는데, FA를 앞두고 있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차기 주전 1루수 후보는 단연 전의산이지만, 다음 시즌 어떤 플랜으로 얼마만큼의 기회를 줄지가 관건이다. 외야는 최지훈과 한유섬이 붙박이 수비를 맡고있는 가운데, 추신수가 내년에 외야 수비에 복귀한다고 해도 풀타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한국시리즈 MVP로 회춘을 알린 김강민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수비 포지션 보다도 타격 성적이 관건이다. 상대적으로 타자친화형 구장으로 꼽히는 랜더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장타를 많이 칠 수 있는 외국인 타자에 대한 욕심도 충분히 내볼만 하다. 반대로 한국에 대한 적응을 마친 라가레스가 내년에는 캠프부터 함께해 시즌을 준비했을 때,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 역시 가능하다. 우승 이후 숨 돌릴 틈 없이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선 SSG. 외국인 타자 계약도 이제 본격적인 고민에 돌입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