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의사가 쓴 대형 유인원 멸종위기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은 모두 대형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원숭이에 견줘 몸집이 크고 지능이 높으며 꼬리가 없다. 화석 기록을 보면 대형 유인원류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했다. 1천500만 년~1천900만 년 전에 오랑우탄이 가장 먼저 갈라져 나왔고, 그 뒤를 이어 고릴라(900만~1천100만 년 전), 침팬지와 보노보(80만~260만 년 전)가 차례로 분화했다. 이들 대형 유인원은 동물계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며 유전적으로도 인간과 가장 흡사하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 DNA와 98.4%, 고릴라는 97.7%, 오랑우탄은 96.4%가 일치한다. 그러나 이들 대형 유인원은 그들의 '친척', 인간 탓에 멸종 위기에 놓였다.
캐나다의 수의사이자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릭 퀸이 쓴 '우리들은 닮았다'(원제: Just like us)는 자연 서식지에서 힘겹게 생존해 나아가는 대형 유인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7년 동안 아프리카 7개국과 인도네시아 섬을 돌며 다양한 유인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직접 보거나 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기록했다.
저자에 따르면 침팬지와 보노보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고, 오랑우탄과 고릴라는 이보다 더 높은 단계인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저자는 이 같은 대형 유인원의 위기가 인간의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예부터 인간의 사냥 대상이었고, 이런 인습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은 대형 유인원을 사냥해 식용 고기로 직접 먹거나 시장에 내다 팔았다. 어린 새끼들은 애완동물로 밀거래하기 위해 포획했다. 그 과정에서 저항하는 어미는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피해는 사냥보다 종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컸다. 주석, 텅스텐 같은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자원을 채취하거나 경작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삼림 파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먹이가 부족해진 유인원들은 인근 마을의 농작물을 훔쳤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충돌이 발생해 많은 유인원이 죽었다.
게다가 인간과의 잦은 접촉은 전염병 발생을 초래했다. 대형 유인원은 실제로 호흡기 질환, 인간 단순포진바이러스, 홍역 유사 질환 등 인간에게 전파된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콩고공화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동부고릴라 전체 개체 수에 해당하는 서부 저지 고릴라가 죽었다. 이들에 대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90~95%에 달했다.
저자는 멸종위기에 처한 대형 유인원을 구하기 위해선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는 그 일환으로 유인원 보호단체에 대한 직접 지원이나 유인원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책에서 소개한다.
그는 "우리 인간이 그리 멀지 않은 가족의 임박한 죽음에 연루돼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 생애에 그들이 멸종될 가능성이 점점 더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바다출판사. 이충 옮김. 34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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